작년 이맘때쯤 동네 작은 치과엘 갔다. 평소 건강하던 어금니가 갑자기 참지 못할 만큼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금니 세 개 중 어느 이가 아픈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딱히 아는 병원도 없고 대학병원 가자니 수속도 복잡하고 해서 몇 군데 둘러보고는 그중 이력도 화려하고 의사선생님 인상도 좋고 해서 택한 치과 병원이다.
사진을 찍고 한참 들여다보더니 별다른 이상은 없는데 어금니에 깨진 곳도 있고 잔금이 많아서 그 사이로 음식물이 들어가니 아프다는 거다. 살짝 때울 수도 있지만, 많이 씹다 보면 때운 부분이 빠질 수도 있으니, 사진상으로 큰 이상이 없기는 하지만 훗날을 위해서라도 미리 덮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마취주사를 맞고 한참 후 쇳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이를 가는 것이 느껴지면서 송곳으로 후벼 파는 아픔을 느껴 짐승 같은 소리를 질렀다. 의사는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너무 긴장하시면 마취가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아아. 곧 끝나니 조금만 참으세요.”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아이에게 타이르듯 하며 억지로 치료를 끝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씩씩거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쨌든 금니로 덮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의사다.
그런데 문제는 또다시 이가 아픈 것이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따졌다. “선생님 혹시 이를 잘못 선택해서 성한 이를 죽인 건 아닌가요?” 그랬더니 한참 생각하다가 “글쎄요 그것은 아마 하나님만이 아실 겁니다.” 이 말이 의사가 할 말인가? 가장 과학적이어야 할 의사가 하나님 타령이라니…. 마취하는 것도 어설퍼 사람 잡더니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치과 의사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그제야 대학병원을 찾았다. 어금니 주위로 커다란 신경이 흐르기 때문에 한 개가 아파도 다 아프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신경을 죽일 때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사진을 찍고 차분하게 관찰을 하더니 사진을 보여준다. “여기 뿌리 부분에 이상이 있군요. 이곳을 치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금니를 씌운 바로 옆에 있는 이가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는 귀찮아서, 큰 병 같지 않아서, 멀리 가기 싫어서 가까운 동네 병원을 찾고 있다. 나라에서도 권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당한 사람만 억울해서야 쓰겠는가. 모든 소시민이 안심하고 동네 병원을 갈 수 있도록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