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17 10:08

좌충우돌 귀농 3년차 그녀!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녀는 바쁘다. 긴 머리를 찰랑이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너, 지금 행복하니?"

쳇바퀴 돌듯 막연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였다. 이승희라는 이름보다 그저, 어느 회사의 직원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사는 삶은 생각보다 삭막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호주워킹홀리데이를 접하고, 무작정 호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렸다. 아마도. 그게 시작이었다.

좌충우돌 귀농 3년차 그녀!

호주의 다양한 농장에서 콩, 애호박, 토마토 등의 농사체험을 하면서 그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단다. 농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마음이 넉넉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것.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 물었다. “승희야. 너 지금 행복하니?”거울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돌아온 답은 “아니.”라는 메아리뿐이었다. 그 후, 그녀는 숱한 날을 고민했다. 내가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 자연과 벗 삼을 수 있는 일, 거짓 없이 노력한 만큼의 만족할 수 있는 일. 그 모든 것들의 해답은 귀농이었다.


"나는 연어야. 다시 돌아갈거야."

그녀는 자신을 연어와 같다고 했다. 언젠가는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으레 짐작하고 있었단다. 선택은 행동으로 굳혀졌고 2012년 2월, 그렇게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를, 마을에선 쉽게 반겨주지 않았다. 위로 세 명이나 되는 오빠들은 막내여동생의 무모한 객기라고 생각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은 혼기가 꽉 찬 딸이 그저, 시집이나 갔으면 싶었다. 특히 마을은 씨족마을이라 한 집만 건너도 전후 사정을 다 아는  친척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성한 소문과 오해 아닌 오해. 그녀의 귀향은 참 요란하게도 시작되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욕심은 버려야겠죠.”

요란한 시작은, 막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보금자리가 절실했지만, 농가주택을 구입하는 문제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귀농정착금부터 집수리 비용, 빈집이나 농지정보 등 그녀가 풀어야할 숙제들은 절망을 갖게도 했다.

귀농 전부터 이 곳 저 곳에서 정보를 수집했지만, 인터넷의 자료와 현장에서 접한 내용은 많은 부분이 상이했다. 인터넷의 자료는 현장의 정보보다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대부분귀농귀촌에 대한 지원이 50-60대의 은퇴자나, 기혼자들을 우대하다보니 미혼인 젊은 처자가 혼자서 귀농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좌충우돌 귀농 3년차 그녀!

특히 농사에 대해서는 전무하다보니, 농촌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발벗고 뛸 수밖에 없었다. 군청과 귀농귀촌협의회의 문이 닳도록 두드렸고, 할 수 있는 최대한 묻고 또 물었다. 귀농 후 1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정보를 쫓아다니고 열심히 뛴 결과, 그녀는 어느덧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서서히 물든거죠. 농촌에….”

그렇게 1년. 그녀는 서서히 농촌에 물들어갔다.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보금자리 마련은, 지난 10년의 사회경험에서 모은 종자돈으로 부모님의 집을 리모델링해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이승희의 공간을 만들었다. 물론, 부모님과 늘 얼굴을 맞대고 산다는 사실이 가장 일순위의 행복이었다. 또 귀농귀촌학교의 1년 교육을 통해 농사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 교육생들끼리의 정보 공유로 보다 빠르게 농사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녀는 지칠 새가 없었다.

그 1년은 그녀 스스로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자부한단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재정적 문제는 그동안 틈틈이 준비했던 각종 자격증을 이용해 보충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SNS활동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늘리며 자신만의 농사노하우를 습득하는 과정이었다.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은 꿈을 현실로 실현한 그녀를 대견해하며 그녀의 선택을 믿고 따라주는 든든한 가족들과 그녀를 믿고 농산물을 구매해주는 고객들의 힘이었다. 그들의 존재와 젊은 30대의 열정을 원동력삼아 그녀는, 그녀 자신을 기업으로 만들어 농촌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각종 SNS활동에서 그녀만의 귀농과정과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소소히 얘기하다보니, 그 얘기는 고스란히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한 고객유치에도 힘을 실었다. 그녀만의 용기와 열정은, 곧 그녀만의 브랜드 ‘고창처녀농부’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사람과 자연을 오래도록 지켜나가고 싶어요.”

‘고창처녀농부’는 그녀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어쩌면 제2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법한 그 순간은, 그녀의 새로운 성장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농산물을 찾고 응원해주는 이들 덕분에 한번쯤은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고 싶어도 절대 게을러질 수 없었다는 그녀. 그것은 곧 책임감으로 돌아왔다. 체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남들보다 두 세 시간을 더 깨어있어야 했다.

좌충우돌 귀농 3년차 그녀!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수가 틀려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농작물은 금방 고개를 숙였다. 뿌린 만큼 거두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농촌의 삶은 모든 것이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

농사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니, 그녀에게는 새로운 모토가 생겼다. 사람과 자연을 오래도록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그녀의 새로운 삶의 목표가 되었다. 하루하루 아무런 생각없이 생활의 방식만을 쭉 따라갔던 도시에서의 삶. 그 삶을 박차고 나오니 행복은 별게 아니었다. 틀 안에서 벗어나니 그녀는 솔직해지고 행복해졌다. 행복한 삶을 위한 농사는 건강을 위한 농사로 이어졌다.

현재, 그녀가 농작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오로지 ‘건강’이다. 건강한 뿌리를 심고 작물을 가꾸는 일은 행복 그 자체. 그녀는 올해, 작년보다 1,000평을 더 늘려 총 2000평 대지에 농사를 짓는다. 야심찬 계획 안에는 삼채와 여주, 초석잠, 아로니아, 복분자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씨를 뿌린 땅 위로는 그녀의 기운을 닮은 듯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 그녀에게 한층 더 밝은 기운을 선물해준다.


“이제는 나 자신보다 마을이 더 중요합니다.”

좌충우돌 귀농과정을 겪고 나서야 뒤돌아보니 그녀는 이제 스스로보다 마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그녀를 낳아준 곳도, 그녀가 성장한 곳도,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곳도 자신의 고향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는 지인들과 함께 마을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정읍시와 고창군이 함께 추진하는 지역창안대회에서 “GoGo역사랑 놀자”라는 체험프로그램으로 뿌리단계에 선정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체험프로그램은 1차 산업인 농업에서 출발한 체험농장 운영으로 각박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농촌민박을 통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고인돌 박물관 근처에 부지를 선정해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각종 체험을 고민하고 있다는 그녀는, 자연과 함께 재배와 수확을 어우르는 체험이 곧 힐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자부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는 바쁘게 뛰고 있다. 그녀가 신고 뛰는 운동화는 낡고 바래지지만,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새 날이다. 그녀의 삶은 순간순간 무너질 뻔도 했지만, 자신의 플랜(Plan)대로 잘 흘러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그녀가 계획한 플랜은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갈 것이다.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때로는 폭풍이 일어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그녀에겐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다.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고, 지켜나가려 하는 그녀의 마음이 어느덧 따뜻한 봄날이다.


이승희가 전하는 귀농귀촌 Tip

1. 사전 정보입수는 필수. 철저한 준비와 지속적인 정보입력이 없으면, 현장에선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2. 가고자 하는 지역의 지원정책을 캐치해라. 사전에 지원내용을 정확히 알면, 그 내용에 맞게 준비하면 되니 준비과정이 훨씬 쉽다.

3. 전국 어디서든 귀농귀촌관련 교육을 받아보라. 그 효력은 5년간 지속될뿐더러, 귀농 후 창업자금이나 빈집 수리비 등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100시간의 귀농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4. 무엇보다 막연한 생각보다는 직접 부딪쳐 보고 하루라도 경험해 보라. 경험은 훗날 큰 자산으로 돌아온다.


자료제공·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센터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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