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해외 증시 두드리는 한국 기업들, 이번엔 성공할까

최근 ITㆍ증권 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 주식회사 상장설이다. 일본을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온라인 메신저 '라인'을 주무기로 하는 라인 주식회사가 이르면 오는 11월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고 일부 외신이 보도하며 라인의 IPO설에 다시 불이 붙은 것. 네이버 측에서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라인이 일본이나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라인 외에도 소셜커머스 쿠팡과 복합소재 생산 업체 유원컴텍이 해외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 자회사라 해외 상장이 자연스럽다고 해도 순수 국내 기업들까지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연 좋은 방법일까.

◇나스닥 상장했던 국내 기업들, 줄줄이 퇴출

여러 가지로 상장 기준이 엄격한 해외 증시에 상장한다는 점은 기업이 증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는 의미 외에도 '자격을 갖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는 부수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국내 상장에 앞서 해외 증시에 상장을 시도하고 이를 집중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해외 증시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IT 벤처 붐을 타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던 업체들이 주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상장폐지라는 고배를 마셨다.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을 추진 중인 반도체 설계 업체 픽셀플러스는 지난 2009년 5월 실적 부진으로 나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머신즈와 두루넷ㆍ와이더댄도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폐지된 회사들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버텼던 게임 개발사 웹젠도 결국 2010년 거래량 부족과 상장 유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머신즈와 웹젠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한 회사들이다.

아직 해외 증시에서 버티고 있는 업체들의 주가도 부진하다. 2011년 말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은 상장 당시(1270엔)와 비교해 주가가 21.7% 하락했다. 원익큐브의 일본 자회사인 온콜리스 바이오파마는 상장 당시 주가가 3530엔에 달했는데, 에이즈 치료제 계약이 해지된 뒤 급락해 현재 878엔 수준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게임 개발사 그라비티의 주가도 부진하다. 민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으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막연한 비전만 갖고 해외 증시에 진출한 기업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장한 뒤 해외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전략도 부족했다. 삼보컴퓨터와 미국 KDS의 합작법인이었던 이머신즈는 저가 PC를 앞세워 1999년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휴렛패커드(HP)와의 특허소송에서 패소해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경쟁사들의 잇따른 도전에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실적 증명 안 된 상태로 해외 상장 위험"

국내 기업들의 나스닥 퇴출 바람이 잠잠해진 현재, 다시 일부 업체가 해외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쿠팡은 2013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3년 전부터 공공연히 밝혀왔다. 당초 예정했던 시기는 지났으나, 김범석 대표가 직접 상장 계획을 밝힌 만큼 나스닥 상장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원컴텍은 중국 화양집단유한공사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혜주유원화양정밀부품유한공사를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랜드도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해외 증시에 진출한 업체들의 성적이 워낙 좋지 않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해외 직상장을 앞둔 회사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상장하기보다는, 주식예탁증서(DR)를 해외에 상장시켜 추이를 본 뒤 직상장에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