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축구를 사랑한다는 공통점… 한국·이란 시인들을 만나게 했다

브라질 월드컵 축구가 한국과 이란 시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한국시인협회와 이란시인협회는 16일 테헤란에서 시낭송회를 열었다. 김종해 전(前)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시인과 평론가 14명이 이란시인협회를 찾았다. 모시펙 커셔니 이란시인협회 명예회장과 퍼테메 러케이 회장을 비롯한 이란 문인 30여 명이 우리 문인들을 맞았다. 이란시인협회는 '환영. 2014 월드컵을 맞아 여는 한국과 이란 시낭송회'란 펼침막을 행사장에 내걸었다. 이날 낭송회는 한국과 이란 축구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이란 주재 한국 대사관의 후원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란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6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을 꺾고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경기에 앞서 두 나라 감독이 설전(舌戰)을 벌여 국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송웅엽 주(駐) 이란 대사는 "시와 축구는 단순한 예술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고, 한국과 이란 국민은 시와 축구를 똑같이 사랑한다"며 "한국과 이란 시인들이 합동 낭송회를 열어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오해를 해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정호승 시인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이란 시인 교류를 통해 21세기 문학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奧地)뿐이다"는 시 '여행'을 낭송했다. 한국에서부터 터키를 거쳐 13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이란까지 온 우리 시인들의 출행(出行) 정신을 에둘러 표현했다.

낭송회에선 한국과 이란 시의 공통점이 주제와 상징에서 두드러졌다. 김종해 시인이 먼저 별을 예찬한 시를 낭송했다.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커셔니 시인도 별을 기리는 시를 읽었다. "그대, 밤에 오라. 함께 새벽별이 되어 보자// 제비와 더불어 여행을 떠나보자//(…)// 한숨의 등불일랑 은하수에서 거둬들이자/ 새벽별이 되어보자, 새벽별".

신달자·정끝별·허혜정 시인은 이란 여성 시인들과 똑같이 히잡을 쓰고 낭송회에 참가했다. 신달자 시인은 모성(母性)의 노래를 불렀다. "나 알몸으로 누워 산을 받아들이면/ 산 하나 품어 나오리라/ 나는 산의 어미가 되리라." 러케이 이란 시인협회장은 여성 시인답게 모성 본능을 보편적 인간애(人間愛)로 표현한 시를 읽었다. 사람들이 끌려가는 흉악범을 향해 욕설을 퍼붓지만 한 여인이 홀로 슬퍼한다는 작품이었다. "불쌍해서 어쩌니/ 널 낳으신 어머니는 또 어쩌면 좋으니." 허혜정 시인은 고대 중동 문명의 주판알 셈법에 담긴 신비를 노래했다. "알 굵은 주판알 소리만이 정적을 울리던 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을 두드리던 소리."

한국과 이란 시인협회는 올해 안에 양국 대표시선집을 번역해 출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두 나라 시인들은 오는 22일 친선 축구 경기도 연다. 시인 축구단 '글발'에서 뛰는 김요일·박정대·전윤호·함기석·이창수 시인과 김요안 평론가가 현지 교민들과 함께 팀을 꾸려 이란 시인 축구팀과 일합을 겨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