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ELS 투자 맡기는 상품 잇따라 출시

2011년 상반기 발행된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이 무더기로 손실 상환됐다.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던 ELS가 이젠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품이 됐다. 이렇게 되자 최근 증권사들은 ELS를 사용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자문사가 골라주는 ELS를 편입하는 자문형 랩이나, ELS에 투자하는 펀드인 주가연계펀드(ELF), ELS에 투자하는 변액보험 등이 신상품.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ELS 투자에 '전문가의 판단'이란 안전 장치를 하나 더 붙여 넣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수수료를 사실상 이중으로 지불하는 구조인 데다, ELS가 손실을 낼 정도로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제아무리 전문가가 고른 상품이라 해도 손실을 입을 확률이 적지 않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돈 몰리고 수익률 높은 ELS 연계 상품들

ELS란 기초자산(지수나 종목)의 주가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5~10%(연 기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한데 2011년 상반기 발행된 ELS 중 상당수가 손실을 내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란 위상에 금이 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종목형 ELS로 인한 손실액이 최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상반기는 미국 양적 완화(시중에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인데, 당시에 급등했던 건설이나 해운, 조선, 정유업체 등이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ELS 또한 손실을 낸 것이다.

투자자들이 ELS 투자를 기피하려는 듯한 징후가 감지되자 금융사들은 ELS와 연계된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초 VIP투자자문과 ELS 자문형 랩을 출시했는데, 최근 들어 가입 금액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판매 금액은 3000억원에 이르고, 연 수익률은 8% 정도다. 자문형 랩이란 투자 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돈을 굴려주는 상품으로, 삼성증권의 이 상품은 ELS에만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사의 ELS 변액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보험 업계에서 처음으로 ELS 변액보험을 내놓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엔 1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EL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ELF는 ELS 상품을 펀드에 편입하거나, 자체적으로 ELS와 비슷한 구조로 투자 종목을 편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ELF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이스트스프링과 우리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ELF엔 연초 이후 수억원대 자금이 들어왔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BNPP증권투자신탁프리미어HK-20[ELS-파생형], 하이2스타주가연동증권투자신탁LKM-1[ELS-파생형], 동부2스타주가연동증권투자신탁SL-2[ELS-파생형] 등이 최근 1년간 20%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ELF 120개 중 96개가 올 들어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위기 오면 위험한 건 매한가지"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전문가의 손을 거친 상품이라고 해도 맹신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ELS는 대체로 기초자산 주가가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50% 이상 급락하는 장이 펼쳐지면 금융 위기나 그에 상응하는 위기 상태일 때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엔 전문가라고 해서 딱히 대처할 만한 묘수가 없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PB는 "금융 위기 이후 지수형 ELS는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았다"면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혔기 때문인데,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아무리 상품을 잘 골라봐야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수료를 이중으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여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변액보험은 사업비가 얼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사 상품은 기본적으로 가입과 동시에 목돈을 사업비로 내야 한다. ELS 변액보험은 사업비가 납입 금액의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