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떨어져도, 달러로 투자한 외국인은 웃었다

올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원화 강세)하자 남몰래 웃은 이들이 있다. 바로 달러화로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들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약 1% 정도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증시 투자자들이 1% 정도 손해를 봤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지만 이것은 '원화 투자' 얘기다. 달러화로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약 2% 후반대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환차익 덕분이다.

◇달러 투자자, 올해 국내 증시서 2.6% 수익

조선비즈가 신한금융투자에 의뢰해 작년 말 환 헤지(환율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환율이 변동해도 같은 정도의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해 놓는 것)를 하지 않고 달러화로 국내 증시에 투자했을 경우 어느 정도 이익을 냈는지 알아봤다. 이 경우 수익률은 2.6%에 달했다.

달러로 투자한 외국인들은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오를수록 이득을 본다. 올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약 3.5% 정도 하락(원화 강세)했다. 예를 들어 한 외국인이 작년 말 국내 증시에 1000달러를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시 원화 환율은 1055원 정도였기 때문에 이 외국인은 100만5500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었다. 주가가 변하지 않았을 경우 이 외국인이 오늘 주식을 달러로 환전한다면 약 1035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주가는 그대로인데도 35달러 이익(환차익)을 본 셈이다.

◇외국인, 환율 떨어진 해에 주식 샀다

외국인은 올 들어 국내 주식을 1조8242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내렸는데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환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 수치를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8년부터 연간 환율 흐름과 외국인 주식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환율이 상승했던 2008년, 2011년에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나머지 해에는 순매수했다.

환율이 많이 떨어진 해에는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도 늘어났다. 원화 환율이 7.1% 하락한 지난 2012년 외국인은 17조4621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작년에는 순매수 금액이 3조원대로 줄었다. 작년 한 해 동안 환율은 1.4% 떨어졌다.

국내 전문가들은 원화 환율이 앞으로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된 이후 원화 환율이 세 자릿수였던 시기는 2006년 1월~2008년 4월까지인데,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 크고 외국인의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되고 있어 환율 하락 압력이 더 강한 상황"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신흥국과 비교하면 수익률 낮아

그렇다면 앞으로도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행진은 계속될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를 감안하더라도 주변 신흥국과 비교하면 국내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여전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증시에 달러로 투자한 사람들의 올해 수익률은 6.5%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증시보다는 대만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두 배 이상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미 달러화 대비 대만 환율은 작년과 올해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만 가권지수가 7.2%나 올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다시 들어오고 외국인 순매수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화로 환산한 투자 수익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신흥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아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증시는 환율과 기업 실적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아시아 신흥국보다는 투자 자금이 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