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母性꽃'을 피우기 위해 두 시인은 그렇게 만났나 보다

퍼터메 러케이(60) 이란 시인협회 회장은 알 자라 대학의 언어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녀는 여성 인권 운동가로 오래 활동해왔다. 2000~2004년 이란 국회의원도 지내며 여성 권리를 높이는 법안을 여럿 실현시켰다. 개혁파에 속하는 그녀의 활약 덕분에 여성이 해외 유학을 떠날 수 있게 됐고, 이혼소송을 정식으로 낼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고 한다.

이란 시인협회에서 첫 여성 회장이 된 러케이는 모성(母性)의 깊이와 넓이를 노래한 시집 '어머니의 마음' 등을 냈다. 그녀가 신달자(71) 전(前) 한국시인협회장을 테헤란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다. 신달자 시인도 시집 '어머니, 그 삐뚤삐뚤한 글씨'를 비롯해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시세계를 펼쳐왔다. 두 시인의 만남은 지난 16~22일 테헤란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 시인 교류 행사 기간 중 이뤄졌다.

러케이 시인은 "내가 여성 인권 운동가와 정치인으로 활동한 것은 시를 통해 표현한 것처럼, 어머니의 자애(慈愛)로 사회를 보듬고자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시 '수수께끼'를 통해 "못난 자식 걱정하는 여인의 마음/ 수수께끼다/ 어머니/ 어머니"라고 노래했다. 지극히 단순한 작품이지만 되풀이해서 읊다보면 이기적(利己的) 본능의 인간이 타인에게 보내는 이타심(利他心)의 신비로운 근원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시에서 모성은 자식 사랑에 그치지 않고 인간 공동체의 사랑과 연대(連帶)로 확장된다.

신달자 시인은 "한국에서 어머니는 사랑과 희생을 통해 전 사회를 등에 업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라며 "모성은 가장 부드럽고 가장 크게 위로하면서 인간에게 창조의 힘이 되는 내적(內的) 자원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녀의 대표작으론 '어머니의 글씨'가 꼽힌다. 뒤늦게 한글을 깨친 어머니가 서툰 글씨로 쓴 편지를 회상한 시였다. "일생 단 한 번/ 내게 주신 편지 한 장/ 삐뚤삐뚤한 글씨로/ 삐뚤삐뚤 살지 말라고/ 삐뿔삐뚤 못으로/ 내 가슴을 박으셨다/ 이미 삐뿔삐뚤한 길로 들어선/ 이 딸의 삐뚤삐뚤한 인생을…."

러케이는 무슬림이고, 신달자는 가톨릭 신자다. 러케이는 "예언자 모하메드는 '신을 믿는 사람들은 서로 통한다'고 말했다"며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이슬람도 희생정신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언자는 인간을 돕기 위해 세상에 왔고, 시인들은 예언자로부터 영감을 얻어 시를 쓴다"라고 했다. 신달자는 "종교는 인간의 탐욕을 사라지게 하는 것인데, 문학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며 "종교를 잘 섬기면 결국 좋은 문학작품을 쓰게 된다"고 동의했다. 러케이가 "탐욕이 모든 죄의 근거"라고 하자 신달자는 "탐욕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이 문학"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