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자산 50억 미만 '자투리 ETF(상장지수펀드)' 퇴출 주의보

자산 규모가 50억원 미만이거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500만원 아래인 이른바 '자투리' 상장지수펀드(ETF)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 ETF는 코스피200 등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는 지수 연계형 펀드를 말하는데,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그중 규모가 작은 자투리 ETF는 올해 7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연말까지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초 증시에서 퇴출당한다.

◇퇴출 위기 ETF, 전체의 12%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6월 20일을 기준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는 총 160개이며 이 중 순자산 규모가 50억원 미만이거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500만원 미만인 ETF는 전체의 12.5%인 20개로 집계됐다.

2002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던 ETF는 운용보수 및 수수료가 0.4% 정도로 일반 펀드(약 1~2%)보다 낮고, 적은 금액으로도 대형주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지난 12년 동안 ETF 전체 자산 규모는 3444억원에서 약 50배 정도인 17조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덩치가 큰 일부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 중 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ETF는 '삼성KODEX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 '미래에셋TIGER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삼성KODEX단기채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 총 4개로, 이들의 자산 규모는 전체 ETF 자산의 50%를 차지한다. 반면 자산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자투리 ETF 20개의 총 순자산 규모는 전체의 0.5% 미만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 측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소규모 ETF에 투자했을 경우, 호가 공백이 생기는 등 매매 기회가 줄어들고 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운용상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일부 종목에 대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6월 말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ETF를 발표하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둬 올해 연말에 상장 폐지 여부를 재확정할 예정이다.

◇자투리 ETF, 특정 업종 지수가 대다수

문제는 자투리 ETF들이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주 지수를 따르기보다 주로 조선·운송, 건설·기계, 에너지·화학, 미디어통신 등 업종 지수를 기초로 수익을 내는 상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소규모 ETF 퇴출이 자산 배분 전략을 단순화시키고,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TIGER 금속선물(H)'의 경우,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390만원, 자산총액은 38억원대로 퇴출 ETF 기준 모두에 해당되지만 비슷한 기초자산으로 운용되는 ETF는 이것을 제외하고 없는 상황이다. 은행 업종에 투자하는 ETF도 상장된 2개 종목 모두가 퇴출 기준에 걸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 불황 등의 이유에서 특정 업종지수를 따르는 ETF의 매매가 적을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관된 기준으로 증시에서 퇴출시키면 다양한 상품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운용 업계나 이미 투자한 투자자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종목 지정 시 제값에 못 팔 가능성도

자투리 ETF에 투자한 투자자 중에서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을 경우 기준 가격보다 싼값에 ETF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관리종목 지정으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제 가격에 파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용국 한국거래소 상품상장팀 부장은 "앞으로 ETF에 투자할 때는 기초지수뿐만 아니라 거래량과 거래 대금, LP(ETF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의 호가 폭이 좁은 종목을 고려해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