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걸어온 역사, 더이상 훼손해선 안돼"

"좌파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한국 출판 풍토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책을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인 시리즈 책이 24일 출간됐다. 1945년 광복 이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욕(榮辱)을 되짚어보는 책들이다.

지금까지 한국 출판계에서 근현대사 관련 책들은 대한민국의 성취를 깎아내리거나 부정하는 좌편향 책들이 주류를 이뤄왔다.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는 전쟁과 분단 등 현대사의 시련 속에서도 압축 경제성장과 민주화, 정보화의 선두에 나서고 있는 대한민국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책을 낸 출판사 '백년동안'은 중견 출판사인 '살림출판사'의 자회사. 총서 기획은 심만수〈사진〉 살림출판사 대표가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심 대표는 1989년 창업 이후 국내 소설을 비롯해 최근 '시크릿' '미 비포 유' 같은 대형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냈다.

한국의 손꼽히는 단행본 출판사 대표가 보수·진보 갈등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좌편향을 바로잡는 책을 내는 것은 무모한 모험일 수 있다. 심 대표는 24일 전화 통화에서 "지금 한국 사회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좌파의 역사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에 대해 책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출판 편집자이자 책을 내는 사람일 뿐"이라며 정식 인터뷰는 극구 사양했다.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는 발간사에서 "대한민국은 그동안 현기증 나는 속도로 압축적인 경제 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지식정보화까지 이룩해냈다. 하지만 우리는 막상 소중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방치했던 것이 아닌가'라며 '우리는 지금 통일과 통합을 위해 비약하느냐 사분오열되어 3류 국가로 전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 답하고자 한다"고 썼다.

책은 1차분 10권 중 먼저 4권이 나왔다.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책략'(이춘근), '김정은 이렇게 망한다'(김성욱), '섬의 반란, 1948년 4월 3일'(현길언), '리지웨이, 대한민국을 구한 지휘관'(복거일) 등이다. 모두 150쪽 안팎의 얇은 책이다. 심 대표는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200자 원고지 500매 내외를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총서 기획위원으로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이인철 변호사, 홍훈표 백년동안 기획팀장 등이 참여했다. 심 대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은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잡지 않으면 계속 똑같은 반목과 갈등을 반복할 것"이라며 "(2008년) 광우병 파동이나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몰이처럼 매우 가까운 현대사의 주요 사건까지 포함해 50권, 100권이 될 때까지 계속 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