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별을 찾아서

'가슴 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이다. 저 멀리 추억 속에 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밤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헤어 보았을 것이고, 윤형주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처럼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며 가슴에 별 하나씩 새겨놓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밤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내 가슴에 담겨있던 별도 홀연히 사라졌다. 그래서 그랬는지 영월 천문대에서는 초창기에 별 장사를 했다. 별의 밝기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 십만 원까지 받고 소유 증명서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었는데, 그때 그 별을 산 사람들은 아직도 그 별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지금이었다면 나도 그 무리에 끼어들어 별 하나를 샀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내 별만큼은 저 서울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할 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품 안에 가득 드리리."

푸른 시절 내 첫사랑은 바닷가 별빛 아래서 나직이 이 노래를 불러 주었다. 빛나던 별들이 밤하늘에 있었기에 그때 그 노래가 내 가슴에 아직 머무는 이유일 것이다. 그때의 그 별들을 찾고 싶다. 짐을 꾸리고 여권을 챙기고 인천공항을 떠났다. 길게 꼬리를 남기며 서쪽 하늘 끝으로 사라져간 그곳을 향하여….

내몽고의 수도 푸른 도시라는 의미의 호화호특 공항에 내리니 한밤중이었다. 당연히 별이 보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항 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밤하늘을 쳐다보았지만, 별은 볼 수가 없었다. 당혹스러운 마음을 헤아렸는지 가이드가 사막이나 초원으로 가야만 볼 수 있으니 내일 초원에 가서 보여주겠다고 다독인다. 그 말에 용기를 내어 무거운 짐가방도 사뿐히 들고 호텔로 향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문득 창 밖을 보니 조금 전까지도 내리지 않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금씩 내리는가 싶더니 빗줄기는 점점 거세어지고 도로에는 빗물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별을 보러 왔는데 어쩌지….’ 마음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하는데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렸다.

쏟아지는 빗속에 시라무룬초원으로 향했다. 어느덧 비는 그쳤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내가 영 못마땅한지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길. 하늘이 찌푸린다고 안 갈 수는 없었다. 아스팔트로 포장은 된 길이지만 여기저기 파여서 우리네 육칠십 년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길을 덜커덩덜커덩 거리며 달려 시라무룬초원에 도착했다.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 우리가 묵을 둥그렇고 하얀 게르(Ger)가 있었다. 어느 틈엔가 하늘은 구름 몇 조각 떠가는 푸른 하늘로 바뀌어 있었다.

저녁 어스름에, 광장에서 펼쳐지는 그네들의 음악회에 갔다. 한국 관광객을 위한 싸이의 춤에 취해 덩달아 어깨를, 다리를 들썩였다. 음악회 불이 꺼지고 칠흑같은 어두운 길을 걸어 게르로 돌아오다 쳐다본 하늘.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문명이 비껴간 초원에서 밤바람이 속살거리고 있었다.

'서쪽 하늘 끝으로 아스라이 사라져간 별들이 저기에 있어. 은하수가 있고, 북두칠성이 있고 전갈자리는 저쪽에 있고….'

사라져간 별들이 그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며 별을 헤고, 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별이 거기에 있었다. 몇십 년 만에 만난 별들과 밤을 새우기로 했다. 게르에서 의자를 꺼내와 앉아 밤하늘을 쳐다보는데, 옆 게르에 묻고 있던 일행도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이 게르, 저 게르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 모여 풀밭에 앉아 별빛 쏟아지는 밤에 생각지도 않은 파티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사라진 별을 찾아 가슴 속에 품고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서울 밤하늘 아래서도 별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내 가슴 속 별들이 또 사라져 가기 전에 별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의 아름다웠던 밤 풍경을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지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