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원高시대, 달러貨 요리법

한국에서 찍어낸 종이 중에 요즘 가장 '힘센 종이'가 원화다. 연초 1달러당 1050원에서 시작한 환율은 6개월 동안 30원가량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최근엔 '마지노선'이라던 1020원 아래도 수시로 찍고 있다. 나라 안팎의 여러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환율의 앞날을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환율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강한 원화'를 활용해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머니섹션 M플러스가 단순한 달러 사고팔기를 넘어서는, 은행·보험·주식을 망라하는 환(換)테크를 모아 소개한다. 이승휘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금융주치의(대리)는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고 외화에 큰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측면에서 자산의 일부를 떼어 '환테크'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달러 예금 금리 연 4.4%

외화에 투자하는 가장 간단한 방식은 외화 통장에 돈을 넣는 것이다. 원화를 달러 등으로 바꿔 은행의 외화 예금이나 적금에 넣어놓는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외화 통장은 금리보다는 환차익을 노린다고 알려졌지만 투자하는 통화를 잘 선택하면 꽤 높은 금리를 받을 수도 있다.

외환은행의 대표적인 외화통장인 '더와이드 외화 적금'과 '하이파이(Hi Fi) 플러스 외화 적립 예금'은 10개 나라 통화 중에 골라서 입금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의 금리가 눈에 띄게 높다. 호주 달러의 경우 1년짜리 외화 적금이나 외화 예금에 가입하면 각각 연 2.9%, 3.2%(6월 23일 기준)의 이자를 준다. 뉴질랜드 달러의 금리는 더 매력적이다. 적금·예금 금리가 각각 4.1%, 4.4%다. 적금은 고정금리형, 예금은 변동금리형이다.

금리는 보장돼 있지만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시점(선택 가능)에 원화 값이 더 오를 경우(환율 하락), 손해(환차손)를 볼 우려가 있다는 점은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10개 통화로 가입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 '멀티플 외화 정기예금'은 입금 건별로 만기와 통화를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호주 달러 예금에 연 2.7%(만기 1년 기준), 뉴질랜드 달러 예금엔 4.2%의 금리를 준다.

◇달러 ETF로 직접 사고파는 부담 줄인다

'환테크'의 기본은 외화가 쌀 때 사두었다가 비쌀 때 이를 파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매일 환율 추이를 지켜보며 계속 외화를 사고팔기는 쉽지 않다. 외화를 직접 매매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달러 ETF(상장지수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한국거래소엔 우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달러 ETF 두 개가 상장돼 있다. 'KOSEF 미국 달러 선물 ETF'는 달러 가치가 올라갈수록(원화 약세, 환율 상승), 'KOSEF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ETF'는 달러 값이 싸질수록(원화 강세, 환율 하락) 수익이 난다.

이승휘 대신증권 금융주치의는 "지금까지는 인버스 ETF 수익률이 높았지만 이 정도의 수익률을 계속 내려면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져야 한다. 요즘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환율이 1000원대 초반 정도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환율이 오르면 수익이 나는 선물 ETF에 2~3년 정도를 보고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명품 분할매수형 원·달러 랩'은 전문가가 달러 ETF에 대신 투자해주는 상품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선 가운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달러 가치가 오를 경우를 노린다. 달러 강세에 투자하는 ETF를 분할매수하고 5~7%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이를 팔아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1000만원부터 가입 가능하다.

◇"달러 묶어두긴 아까워"… 미국에 투자한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를 위해 달러를 미국 시장에 투자하기 편하게 한 상품도 있다. 올해 초 나온 우리투자증권의 '글로벌 스마트 인베스터'는 투자자가 원하는 돈을 달러로 환전해 달러 계좌에 넣은 다음, 이 달러로 미국 ETF와 주식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홈페이지·지점에서 가입하고 거래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도 할 수 있다. 매수·매도 희망 가격을 설정해두면 밤사이 자동으로 거래된다.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윤학 이사는 "ETF 60종과 구글·애플 주식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종목 100종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좀 더 길게 본다면 달러 보험도 고려해볼 만하다. AIA생명의 '마이달러 저축 보험'은 달러로 보험료를 내는 적립식 상품이다. 월 200달러부터 납입이 가능하고 환율 추이를 보아가며 납입액을 조절할 수 있다. 변동금리형으로 6월 23일 현재 금리는 연 3% 정도다. 3년 혹은 5년 동안 돈을 납입하고 이후 5~9년 동안의 거치 기간 후에 돈을 달러로 환급받는 형식이다. 어린 자녀의 어학연수나 유학 비용을 틈틈이 준비해두려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목돈을 달러로 넣어두는 'AIA 골든타임 연금보험'은 확정금리형 상품이다. 1만5000달러 이상 가입 가능하며 만기인 10년까지 가져갈 경우 해지환급률(넣은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이 127%다. AIA생명 방카슈랑스부 노승용 차장은 "은행의 미국 달러 예금 금리가 연 1%가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 보험의 수익률은 꽤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보험 상품의 특징상 장기 투자를 해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 환차익 등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