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자자, 비싸도 전망 좋은 종목에 몰린다

'고(高)PER주'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일까.

일반적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싼 편인지, 거품이 낀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PER이란 지표가 쓰인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으면 주가가 실적(순이익)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높으면 비싼 것으로 각각 해석된다. 이 때문에 많은 증시 전문가는 현재 실적만 믿고 PER이 지나치게 높은 종목에 투자할 경우 주가가 조정을 받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니 올해는 오히려 PER이 100배를 웃도는 '초(超)고PER주'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이 더 많았다.

◇PER 100 넘는 종목 중 65%가 주가 상승

조선비즈가 2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전체 종목의 지난해 말 기준 PER과 주가 흐름을 조사한 결과 작년 말에 PER이 100배를 넘었던 23개 종목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5개 종목이 당시에 비해 현재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 종목의 평균 PER은 30배였다. PER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아 실적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해석될 만한 주식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작년 말 PER이 108.6배에 달했던 LG이노텍은 주가가 8만3700원에서 26일 14만6500원으로 75% 상승했다. 호텔신라도 PER이 246.1배에 달했지만 올해 주가는 35.3% 뛰었고, 동성홀딩스와 IHQ도 각각 28.6%, 18.8% 상승했다. 제일약품은 작년 말 PER이 400배에 달했지만 주가는 100% 뛰었다.

반대로 PER이 10배를 밑돌아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 종목 중 주가가 내린 종목도 많았다. 작년 말 PER이 7.7배에 불과했던 대덕GDS는 올 들어 주가가 31% 하락했고, 8.66배였던 지역난방공사도 24% 내렸다. 삼성전자도 작년 말 PER이 7.83배로 당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로 주가는 3.4% 하락했다.

◇장기적 실적 호전 전망 있는 종목에 투자 몰려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자들이 가격이 싼 주식 대신 현재 주가가 비싸도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을 할 만한 종목들로 몰리면서 이미 비쌌던 주가가 더욱 크게 오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작년 말 PER이 40배로 비싼 편에 속했던 한국콜마는 중국에서 최근 한국 화장품에 대한 호평이 늘고 중국 내 생산 시설을 늘려 꾸준히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가 71% 상승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 충칭의 새 공장 증설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낮은 PER에도 주가가 내린 경우다.

시설이나 신사업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일시적으로 실적이 둔화됐지만,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높은 PER에도 주가가 오른 경우도 있다. 예로 호텔신라는 지난해 리모델링으로 영업을 약 반년간 중단하면서 실적이 악화돼 PER이 높았지만, 올 들어 중국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싱가포르 면세점 사업 진출 등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계속 올랐다.

◇"그래도 PER 지나치게 높은 종목은 피해야"

전문가들은 그래도 PER이 지나치게 높은 종목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의 실적 호전 기대감에 주가가 올라도 상황이 전망과 다르게 진행될 경우, 주가는 오히려 크게 떨어질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말 PER이 371.7배에 달했던 한국전력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전날 정부가 올해 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후 26일 주가가 6.7% 하락했다.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

기업이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알 수 있는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