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朗讀, 다른 사람과 함께하니… 몰입도 되고 흥도 나네요"

"서울서 고양(高陽)이 사십 리입죠. 고양서 파주가 사십 리 행보입죠. 파주서 장단(長湍)까지가 또한 사십 리, 장단서 송경(松京: 開城)이 사십 리, 송경서 금천(金川)이 칠십 리 노정입니다…."

조선시대 보부상(褓負商)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 '객주'(김주영 지음·전 10권)를 낭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서울 대현동 '문학다방 봄봄'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객주' 낭독 모임이다. 회원 10여명은 전업주부를 비롯해 사업가, 회사원, 출판 기획자, 작가 지망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학다방 봄봄'의 주인 김보경씨가 '객주' 낭독 모임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회원들이 소설을 읽어온 끝에 벌써 5권을 뗄 때가 됐다. 지난 25일 독회엔 이희복·박해숙·윤경숙·허시회·송치희·김현희·신재창씨가 참석해 책을 돌아가면서 읽었다. 연말에 10권까지 다 읽을 계획이다.

소설 '객주'는 민중 토속어의 가락과 말맛을 구수하게 살린 작품이라 독자들이 낭독하다가 절로 흥이 나기도 한다. 쫓던 사람을 놓친 남자가 볼멘소리로 내뱉는 말이 이렇다. "꿩 구어 먹은 자리는 재나 있지요. 눈 깜짝할 사이에 튀고 없는 판에 그럼 어떡하란 말이오? 거, 호롱불에 속곳 말리는 답답한 소리 작작 하슈." 게다가 '객주'는 질펀한 음담(淫談)이 많은 소설이라 회원들끼리 읽다가 킥킥거리기 일쑤라고 한다. 회원들은 "낭독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읽기 때문에 책에 더 몰입하게 된다"며 "평소 바쁘게 지내다가 낭독 모임에 와서야 비로소 책을 읽는 시간을 누리기도 한다"고 낭독의 즐거움을 밝혔다. 조선일보의 '책, 세상을 열다' 캠페인은 '문학다방 봄봄' 같은 독서 카페를 비롯해 학교와 도서관, 기업, 병원 등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