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은 사람은 특유의 香 난답니다"

"조선은 그야말로 책 읽는 나라였어요. 국왕부터 백성까지 책을 읽었고, 양인(良人) 신분으로 생원·진사에 합격한 사람은 모든 시대와 모든 국토를 통틀어 골고루 많았지요. 평범한 백성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나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시대였습니다."

30일 오후 5시 서울 KT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책, 세상을 열다'의 첫 번째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전통의 재발견'이었다. 200석을 가득 채운 청중 앞에서 조선시대 연구자인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강연했다. 정 교수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한테서는 특유의 향기가 난다"며 "책을 읽을수록 사람됨이 깊어간다는 걸 우리 선조들은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3세기에 쓰인 일연의 '삼국유사'는 20세기가 돼서야 주목받은, 극적인 '재발견'의 책"이라며 "왜 하필 20세기였을까? 당시 한반도는 무인정권의 혼란, 몽골과의 전쟁을 겪으며 약소국의 비애를 절절이 느껴야 했고 그 시기 지식인이자 국사였던 일연은 민족의 고난을 극복하는 요체가 무엇인지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남겼다"고 했다.

강성호 순천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을 추천했다. 강 교수는 "이른 시간 내에 세계가 주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한 한국은 한국 전통을 재발견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며 "유럽,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이제 더 이상 역할 모델로 삼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