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잿빛 도시에 사는 도시민들은 농촌생활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농촌진흥청에서는 2007년부터 ‘농촌체재형 가족농원 조성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1년, 전북 진안군에도 8개동이 조성돼 농촌생활을 꿈꾸는 도시민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안군귀농귀촌인들의 첫발이 되어주는 ‘체재형 가족농원’은 금새 입소문이 나면서 입주를 원하는 도시민들이 끊임없이 대기중이다. 연말이 되면 대기하는 가구만도 10여가구. 그 중 지난 2월에 입주한 한 가구를 만나 가족농원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2월 입주한 오씨 가족은 본래 경기도 과천이 삶의 터전이었다. 2013년 전라북도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주관한 수도권귀농학교의 교육을 받고 귀농을 결심한 오씨는 현재 가족농원에 거주한지 40여일이 지났다. 진안으로 오기 전, 아이를 시골에서 키우고 싶은 소망에 여러 군데를 둘러보았지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거공간이었다. 여섯 살 아이를 가진 소시민 가족이 원하는 공간은 그리 큰 공간은 아니었으나, 문제는 빈 집이 없었다. 그러던 중 수도권귀농학교의 교육을 받게 된 오씨 가족은 진안군의 가족농원 지원정책을 알게 되었고, 바로 이거다 싶어 망설임없이 입주신청을 하게 되었다.
입주, 새로운 시작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위해 전라북도행을 선택한 오00씨 가족은 간절함을 갖고 입주신청을 한 뒤 차곡차곡 과천의 보금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입주확인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바라던 대로 농촌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때문이었다. 오씨의 선택에는 여동생 부부도 함께했다. 아이가 자연과 함께 자라면 좋겠다는 자매의 꿈은 체재형가족농원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입주가구로 정해지는 시기는 2월 중순. 입주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이뤄지는데 올해 입주가구는 오씨 가족을 포함해 총 6가구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순 정도로 모두 귀농 새내기들이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진 않았으나 주거를 할 수 있는 공간자체가 주어졌다는데 감사했다. 무엇보다 진안이라는 지역을 알아보고, 알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게 진안사람이 되어간다
입주 후 농업기술센터와 진안군귀농귀촌인협의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모르는 것은 일단, 기술센터의 담당직원과 협의회회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귀농 전 흙건축학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농산물유통관련 교육, 작물교육등을 받았었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적용하려다 보니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협의회활동은 지역을 알아가는데 꼭 필요했다. 가족농원의 입주가구들 대부분이 도시민들이기 때문에 지역민과의 소통과 지역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씨는 농사를 잘 짓고, 귀농의지가 강해도 지역이 도와주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한다. 현재 오씨가 가족농원에 살고 있지만 계약이 끝난 후에는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집과 땅에 대해 도움받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
협의회 뿐만 아니라 농업기술센터의 영농교육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족농원의 공동텃밭에는 크게 200평까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데, 오00씨는 이 곳에서 고구마와 야콘, 토란 등을 재배한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파종을 한 후, 모종을 심고, 수확을 하는 과정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소소한 기쁨이었다.
입주가구들끼리는 월 1회 만남을 갖는다. 촌장이 모임을 추진하며, 지역에 관련된 정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입주가구 모두 도시에서 왔다는 공통점이 있어 이야기문을 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개별성이 있어 서로 침해하지 않고 함께 사는,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는 편이다.
가족농원에서의 40일, 그 후…
농촌주민이 되려고 온 오00씨는 더욱 지역에 젖어가고 싶다. 하지만 가족농원의 위치가 마을과는 다소 떨어져 있어 지역주민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가족농원의 교육동을 이용해 인근 마을주민들, 특히 아이들과의 소통을 준비중이다.
아직은 농삿일이 서툴다 보니 농작물관련한 교육과 도움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한 소통을 지역에서 많이 준비해주고, 손을 뻗어주면 좋겠다. 특히 가족농원 자체에서는 2년차 가구가 1년차 가구들을 다독여주고 끌어주는 게 필요하다. 가구수가 적다보니 농원에 사는 가구끼리 단합이 잘 되어야 지역에 정착하는 확률도 높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귀농선배들의 조언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보공유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농원에 거주하고 있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속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려면 가족농원 계약만료 후, 당장 살 공간이 있어야 하니 거주공간부터 찾는 게 절실하고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지역주민이 될 수 없고, 결국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도시에서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절대 안 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농촌에 오면 농촌에 맞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이치다. 농촌에 와서 도시에서의 그것을 바라고 원한다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끝으로, 가족농원에 들어온 가구들은 전원생활을 하려고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직 지역민들에게는 가족농원입주가구들이 잠시 거쳐 가는 사람들로 인식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은, 농촌에 살려고 왔고 마을에 젖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 그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진안군 체재형 가족농원이란?
진안군 농업기술센터 부지에 조성된 가족농원은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한시적 거주공간과 영농체험을 위한 교육시설을 제공한다. 가족농원은 마이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황토 보드 및 편백루바 등 친환경 내부 마감으로 거주 공간의 쾌적성을 크게 살린 것이 특징이며 각종 영농기술 교육과 농장방문 교육 등 현장기술강화교육을 진행해 초보 귀농인들의 걸음마를 돕고 있다.
자료제공·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