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막장 같은 화장실 유머, 웃음 참기 힘드네

미국 교외에서 갓 태어난 딸을 키우는 평범한 중산층 부부 맥(세스 로건)과 켈리(로즈 번)의 옆집에 대학생들이 이사 온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총각들(잭 에프론, 데이브 프랭코 등)은 매일같이 술과 여자가 파도처럼 넘실대는 파티를 벌인다. 아기는 밤중에 깨어 울고, 남편은 출근 때까지 잠들지 못한다. 영화 제목이 확 와 닿는다. '나쁜 이웃들'(감독 니콜라스 스톨러)이다.

층간소음으로 폭행·방화·살인까지 일어나는 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의 대세인 것 같다. 집 앞 잔디밭에 대학생들이 떨군 콘돔을 줍는 딸을 보고 놀란 이 부부는 옆집 학생들을 쫓아낼 계략을 꾸민다. 수도관을 망가뜨려 집에 물이 새게 하고, 성대한 파티를 열도록 유도한 뒤에 경찰을 부르는가 하면, 총각들 사이에 여자를 투입해 분란을 일으킨다.

혈기왕성한 총각들이 이런 일을 당하고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자동차 에어백을 부부가 앉는 의자에 설치해놓고(앉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는가), 온갖 성적 농담으로 이들을 희롱한다. 승부는 뻔하다. 이 싸움에서 총각들이 지켜야 할 건 자존심과 남자들 간의 알량한 의리밖에 없지만, 부부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사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해선, 매일같이 파티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걸 총각들도, 부부도 깨닫는다. 코미디 영화들이 상투적으로 구사하는 훈훈한 결말은 아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강점이다.

성기와 성교, 분뇨, 구토를 소재로 한 농담이 난무한다. 점잖게 설명해서 그렇지, 꽤 지저분하고 유치하다. 데이트할 때 이 영화 보면서 크게 웃으면 연인에게 변태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원초적인 농담에 당할 자가 있을까. "더럽다"고 욕하면서도, 이 영화를 보면서 세 번 이상 안 웃기 힘들다. '행오버' 시리즈나 '테드'처럼 센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미국식 코미디 영화를 재밌게 본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욕하면서 빠져든다는 점에서 한국 막장 드라마와 미국 코미디 영화는 꽤 닮았다. 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