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집값 큰 변화 없을 듯… "올라도 1% 이내"

주택 경기가 하반기에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최근 주요 부동산 연구·조사 기관들은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전반적으로 보합권에 머무는 가운데 전세 시장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국회에 상정된 부동산 규제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고, LTV(담보대출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 완화 등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반기 제자리걸음 하는 집값

주택산업연구원은 2일 발표한 '2014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 가격이 1% 이내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6일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개최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상승률이 각각 0.5%, 1.0% 이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은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내수·소비가 위축되면서 주택 경기 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놓긴 했지만 임대소득 과세(課稅)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과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 대출 역시 투자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전국의 주택 매매 가격은 연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다가 '2·26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들어 주택 구매 수요 증가와 함께 빠르게 줄던 미분양 주택이 5월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며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 과잉으로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에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하반기에도 전반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나타나는 반면 공공기관 이전과 대규모 개발 호재를 가진 지방 혁신도시에는 청약자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시장도 안정세…강남권 재건축 이주 등 불안 요인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은 모두 전국의 전세금 상승률이 연말까지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전세 시장이 큰 불안 없이 안정을 찾는 데는 신규 주택 공급 증가가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8만5000가구로 지난해(20만9000가구)보다 36.4% 늘었다.

다만 입주 물량이 서울 마곡지구·세종시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데다 하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 증가로 전세금이 국지적으로 들썩일 수 있다. 집값이 약세를 지속할 경우 주택 실수요자들이 세입자로 남으면서 시장을 다시 불안케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 유예가 끝나는 연말을 앞두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가 많은 만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른 시장 불안이 우려된다"며 "이달부터 여름방학 이사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전세금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속한 규제 완화… 시장 회복의 관건

전문가들은 얼어붙는 주택 시장의 투자 심리를 살리려면 LTV·DTI 규제 완화를 비롯해 수도권 1순위 청약 자격 요건 완화, 민간 택지의 전매 제한 기간 단축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신속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대소득 과세 완화를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현재 논의 중인 사안들의 국회 통과 여부도 하반기 주택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다소 둔화된 주택 경기가 상승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진작책이 하루빨리 작동해야 한다"며 "국회의 법 통과 등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되어야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