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155마일 걸어서 횡단한 將軍

전역을 앞둔 육군 2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임국선(59·학군 17기) 중장은 지난달 9~21일 최전방 서쪽 끝인 도라전망대에서 동쪽 끝 금강산전망대까지 휴전선 155마일(249㎞) 철책을 13일 동안 두 발로 걸어 행군했다.

임 중장은 1979년 임관 후 주로 공수부대와 특전부대에서 복무했다. 지난 4월 전역이 결정된 뒤 3개월의 준비 기간에 철책 길을 따라 횡단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실체를 목도(目睹)할 수 있는 155마일 철책을 살펴보고 싶다" "장성이기 이전에 한 명의 군인으로서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을 격려해주고 싶다"고 말해왔다. 임 중장은 작년에는 약 3주간 동·서·남해안 5200㎞를 차로 돌며 소초들을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임 중장은 30도 넘는 폭염 속에서 가파른 동부전선 철책 길을 병사들과 같이 걸었고 함께 경계근무도 섰다. 전방부대의 한 육군 간부는 "무릎 관절이 아파 군의관에게 침을 맞아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더라"고 했다. 일부 부대에선 직접 비무장지대(DMZ) 안으로 들어가 수색대대와 함께 주간 매복과 수색작전을 수행했고, 경계소초(GP)에서 잠을 잤다.

육군 관계자는 "임 중장은 도보답사 중 전방부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중대장급(대위) 이상 지휘관이 영접이나 안내를 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책 횡단을 마친 뒤 "장군인 나조차도 최전방 철책에서 피와 땀으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중장은 취재 요청에 "자랑거리도 못 되고 기삿거리도 안 된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20사단장 때 경기 양평군 흑천에서 집중 호우로 급류에 떠내려가던 60대 주민을 구해 화제가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