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내리는 예배당…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순간, 숲 속에 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 세워진 남서울은혜교회 선교센터 3층 생명의빛예배당. 약 330㎡(100평) 면적에 지름 50㎝ 이상 되는 아름드리 홍송(紅松)들이 원형으로 빙 둘러서 있었다. 홍송 800여개, 연결한 길이로 치면 3080m에 이르는 나무기둥들은 방문객을 아늑하게 맞는다. 계단식으로 배치된 7개 동심원 신자석 가운데엔 세례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고, 합성수지 재질로 된 반투명 천장을 통해서는 햇볕이 쏟아진다.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세상 어디서도 보지 못한 형태의 이 예배당은 지난 5월 말 준공됐다.

"예배당 짓지 않겠다는 원칙을 스스로 깰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 짓고 보니 하나님께서 은퇴 선교사들에게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건물을 지어 발달장애 학생을 교육하는 밀알학교에 기증하고 매주 일요일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등 '건물 짓지 않는 교회'로 유명한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72) 원로목사가 생명의빛예배당을 짓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원래 이곳은 은퇴 선교사 마을로 계획됐다. 외국 특히 오지(奧地)에서 젊음을 바친 선교사들이은퇴한 후에는 막상 고국에 집 한 칸 없이 막막한 경우가 허다한 현실을 안타까워한 홍 목사가 100가구가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려고 한 것. 그런데 프로젝트 추진 중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벌목 사업을 하는 이장균 회장이 수십 년간 모아온 최상급 홍송을 기증한 것. 그는 "어린 시절 가출하는 등 무던히 어머니 속을 썩여 드렸는데 어머니 이름으로 예배당을 짓고 싶다"고 했다. 그 가운데는 지름이 139㎝나 되는 수백 년 된 것도 있었다. 특별한 재목을 선물 받은 홍 목사는 설계를 재불(在佛) 건축가 신형철씨에게 맡겼다. 재불 서양화가 고(故) 신성희씨의 아들로 열두 살 때 르 코르뷔지에의 걸작 '롱샹성당'을 본 신씨는 "저런 예배당을 지어서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생명의빛예배당'은 은퇴 선교사를 위한 남서울은혜교회의 기도와 어머니를 위한 사업가의 기도 그리고 예배당 설계를 소망한 건축가의 기도까지 세 가지 기도가 합해진 결과물인 셈이다.

예배당을 완성한 홍 목사는 이제 원래 계획인 은퇴 선교사 마을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은퇴 선교사 부부 100가정을 위해 각 15평 내외의 주택을 지을 계획. 홍 목사는 "설곡리를 해외 선교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 역사를 정리한 자료를 모으고, 정보와 노하우를 전하며 세계 각지 선교현장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은퇴 선교사들이 선교사 지망생과 신진 선교사들을 24시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중심으로 삼겠다는 것. 그는 "한국 교회는 샤우팅(shouting)은 많지만 차분히 성찰하는 문화가 부족하다"며 "이 예배당이 누구든지 찾아와 조용히 묵상하면서 소중한 위로를 얻어가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