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롱숏펀드… 玉石가리기 본격 시작됐다

작년과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롱숏펀드에서 최근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이제 롱숏펀드도 '끝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롱숏펀드는 증시 흐름과 관계없이 주가지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최근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면서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별 종목에서 벗어나 지수를 이용하거나 해외 종목에 투자하는 롱숏펀드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위험 신호 감지된 롱숏펀드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2000억원 수준이었던 롱숏펀드 설정액은 작년과 올해 초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2조5600억원대까지 늘었다.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던 롱숏펀드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은 5월 초부터다. 이때부터 돈이 빠져나가면서 지난 2일까지 2147억원이 순유출됐다.

올 들어 롱숏펀드 수익률도 0.4%에 그치고 있다. 설정액이 가장 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 A'의 올 들어 수익률은 -0.4%로 부진하다. 이 펀드에서는 올해 1901억원이 빠져나갔다. '마이다스거북이90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1.4%) 등은 간신히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롱숏펀드는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고(long), 내릴 만한 종목을 빌려 팔아(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을 쓴다. 한데 롱숏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주식을 팔기 위해 빌린 대차잔액(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따라서 주식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그만큼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데에도 제약이 생긴 것이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양한 전략으로 생존 모색

롱숏펀드는 이제 한물간 상품일까. 국내에 상장된 개별 종목을 사고파는 방식에서 벗어난 롱숏펀드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종목이 아닌 지수로 '숏'을 하는 롱숏펀드다. 지수 '숏'은 주로 지수선물을 이용하는데, 매도 포지션을 취했을 경우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예컨대 코스피200 지수선물 9월물을 262.70에 1계약 매도한 후 지수가 하락해 252.70이 됐다면 10포인트만큼 수익이 나는 식이다. 지수로 '숏'을 하기 때문에 종목을 발굴할 필요가 없고 대차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 A'는 올 들어 6.1%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에셋플러스해피드림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A'(4.7%) 등도 선전하고 있다.

'롱'과 '숏' 종목을 해외로 넓힌 펀드들도 있다. 한국과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KB한일롱숏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A'는 지난 2월에 출시됐는데, 최근 3개월간 2.6% 수익을 거두고 있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롱숏펀드 수익률(0.6%)보다는 낫다.

◇"결국은 옥석 가려질 것"

펀드 전문가들은 롱숏펀드가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순히 국내 주식 종목을 사고파는 전략에 치우쳐 있지만 부작용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자산, 전략 다변화를 추구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병훈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롱숏펀드를 배우고 있는 과정이다"라며 "펀드마다 운용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옥석이 가려지고 살아남은 자들이 롱숏펀드 시장을 키워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롱숏펀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공매도(미리 빌려 파는 것·short)해서 차익을 남기는 펀드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