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800에 사 2000에 팔기… 수익률 年15%

킴도 베어링자산운용 아시아 멀티에셋 대표는 지난 3일 중국 시장 전망 발표회에서 "한국 투자자들은 왜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으면 파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이냐"면서 "투자자들에게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2011년 이후 1700~2050의 수치 안에서만 오가고 있다. 이런 것을 마치 위아래가 막힌 상자(박스) 안에서 주가가 움직인다고 해서 '박스권 장세'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코스피지수를 놓고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투자자들은 2000이 깨지면 사고, 2000이 넘으면 판다. 개별 주식은 물론 펀드도, 상장지수펀드(ETF)도, 주가연계증권(ELS)도 그렇게 매매한다. 이런 매매법이 계속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실제로 이런 방식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1800대에 사서 2000에 팔면 40개월간 52% 수익

2011년 이후 1700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가 2020~2050까지 오른 것은 총 7번이다. 그중 2000을 되찾는 데 가장 오래 걸렸던 것은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때다. 당시 박스권을 아래쪽으로 뚫고 내려가 16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다음 해 2월에야 2000을 되찾았다. 이후 3개월여 만에 다시 1700선까지 후퇴했다. 그리스 신용등급 하락 및 유로존 탈퇴, 스페인 은행에서의 뱅크런 때문이었다. 그리고 4개월여 만에 다시 2000을 되찾았다. 그 이후로는 짧은 시간 안에 2000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하락 때는 한 달여 만에 되찾았다.

2011년 이후 1800대에 진입한 첫날 매수하고, 2050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도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3년간 수익률이 52%에 이른다. 박스권을 하향 이탈했거나, 1800대에 매수했는데 1700대로 떨어졌을 때는 버티기 전략을 구사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40개월간 52% 수익률을 냈다는 것은 연 기준 수익률이 15%가량이라는 의미인데, 중위험 중수익 전략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2000이 왔을 때 팔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것이다.

◇익숙한 박스권… 2000 넘으면 고점 인식

1900대로 떨어지면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2000 이상에서 이탈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 위에 있을 땐 기관이 매도 공세를 펼친다. 올해 역시 기관은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을 넘기 전인 4월 9일까지는 2639억원 순매수했다가 이후 매도로 돌아서 현재까지 3조1072억원가량을 팔고 있다.

ELS조차 이런 패턴이 감지된다. 코스피지수가 올랐을 땐 기초자산(주가지수 등)이 떨어져야 수익이 나는 스텝업형 상품이 주로 팔리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지수가 1900대였던 3월까지만 해도 스텝업 ELS의 월별 평균 발행액이 20억원 안팎이었지만, 올 들어 처음으로 2000을 웃돌았던 4월엔 151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한번 뚫리면 충격 만만치 않아"

지난 3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하단으로 떨어졌을 때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 그리스발(發) 유럽 위기, 일본의 아베노믹스(양적 완화), 중국발 금융 위기 가능성, 미국 양적 완화 축소 등이 원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번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했지만, 코스피지수는 보란 듯이 반등했다. 다만 항상 2000에 막혔다.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듯 박스권을 염두에 둔 매매를 펼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박스권이 위로 뚫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래로 무너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한 증시 전문가는 "ELS 중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상품이 50조원가량인데, 만약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하향 이탈하면 당분간은 이 물량이 지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모두 매도 물량으로 풀린다"며 "이 외에도 롱숏펀드라든지, 박스권을 기초로 한 선물옵션 매매라든지, 모두가 코스피지수에 흉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0선에서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보고 인버스(주가가 하락했을 때 수익이 나는 상품)를 매입한 투자자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