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中 이젠 생산형 아닌 소비형 경제… 브랜드 강한 기업이 勝者 될 것"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도 자산을 불리는 사람은 뭐가 다른 줄 아십니까? 이미 너무 올랐다며 많은 사람이 선뜻 투자를 망설이는 자산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용기, 과거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던 자산도 상황이 바뀌면 다시 볼 줄 아는 냉정함… 이 둘을 가졌습니다."

'업계 최고의 히트 금융상품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삼성증권 이상대 리테일본부장(전무)은 부자와 보통 사람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고객 예탁금이 105조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삼성증권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자문형 랩, 미국 국채 펀드, 이머징 펀드, 신(新)산업 펀드 같은 인기 상품을 줄줄이 내놔 시장 흐름을 바꿨다. 증권업계에 몸담은 지 26년째, 이 중 절반인 13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덕분에 시장과 소비자를 모두 잘 아는 몇 안 되는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글로벌 금융 시장은 10년을 주기로 주도권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그 흐름을 읽어야 투자의 맥도 짚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중국 덕분에 돈 버는 시대도 지났다. 중국에 공장 지어서 신나게 돈 벌던 회사에 지금도 투자해서 수익 올릴 수 있을 거란 꿈을 깨야 한다"고도 했다. 무슨 얘기인지 들어봤다.

―요즘 부자 고객들은 어디에 투자하고 있나?

"국내보단 해외, 해외 중에서도 중국보단 미국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과거를 90년대, 2000년대, 2010년 이후로 세 구간으로 나눠보면, 90년대엔 미국(S&P500)―한국(코스피)―중국(상하이종합지수) 순으로 수익률이 좋았다. 2000년대엔 중국―한국―미국이 됐다가, 금융 위기 이후 다시 미국―한국―중국 순서가 됐다. 한국은 늘 중간 수준이었고, 중국과 미국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는데, 지금은 달러 자산이 주도하는 시대다.

중국이 고성장하던 2000년대엔 중국 덕분에 먹고산 우리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이 스스로 공장을 짓기 시작하고, 생산형에서 소비형 경제체제로 변하면서 우리 기업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중국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 약 먹지 않고 미국 타이레놀 먹는다. 소비 경제 국면에선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기업이 이긴다는 얘기다. 중국 고(高)성장 국면에 기대어 성장하던 기업에 연연하면 안 된다."

―미국 주식 시장이 금융 위기 이후 줄곧 오르기만 했잖나. 지금 투자하기 너무 위험해 보인다는 사람도 많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미 주식 시장이 조정을 거친다(주가 하락)고 한들, 중국이 미국보다 더 투자 매력이 높은 시장이 되는 그런 반전은 일어날 거라 보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 2년7개월간 연속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엄청나다는 얘기고, 이 과잉을 해소한 뒤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서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자 고객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자산을 재분배하고 있다."

―막상 해외에 투자하려면 여러모로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일단 세금이 걸림돌이다. 국내 주식 직접 투자나 펀드 투자는 주식 매매차익이 비과세지만,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땐 250만원 이상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한다. 반면 일본 투자자들은 오랜 저성장 시기를 지나면서 활발한 해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왔는데, 이는 일본에선 국내투자와 해외투자에 대한 주식매매차익 과세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투자를 장려하도록 세금도 낮춰야 하겠지만, 국내 연기금도 해외로 나가 높은 수익을 추구하듯 개인도 돈을 더 많이 벌려면 세금 부담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세계 총생산과 시가총액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정도에 불과하다. 투자 대상을 국내로 한정시키는 것은 전 세계 98%의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

―개인투자자에게 좋은 주식, 좋은 금융 상품 고르는 방법을 알려 달라.

"지금 우리 주식 시장은 매일 신고가(新高價·역대 최고가격) 종목이 20%, 신저가(新低價·역대 최저가격) 종목이 80% 속출하는 상태다. 단순히 장부가 대비 시장가격 비율(PBR·주가순자산비율)을 따져선 투자할 종목을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표 중후장대(重厚長大) 제조 기업들의 장부가치에 포함되는 설비의 가치는 중국에 속속 들어선 설비 때문에 확 깎이고 있어, 제대로 된 PBR을 산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유형자산보다는 눈에 안 보이는 브랜드, 기술력, 대체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같은 무형자산 가치를 더 높게 쳐주고, 이런 부분이 성장할 가능성이 큰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가치주 열풍도 계속되고 있는데….

"신영마라톤펀드 같은 상품에 여전히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이런 펀드를 '가치주 펀드'라 부르는데, 사실 성장주 반대 개념의 가치주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성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투자자는 언제나 성장을 바란다. 다만 경기사이클과 매출 증가에 따른 전통적인 의미의 성장을 추구하는 걸 '성장주', 고배당이나 인수·합병(M&A) 등 여러 기업 가치 개선 작업에 의한 성장을 추구하면 '가치주'라고 보는 게 맞다."

―오래 묻어두면 좋을 그런 주식이 아직 남아있을까.

"이런 때일수록 더 빛날 주식은 반드시 있다. 중견기업 중에 중국이 소비형 경제로 전환될 때 꾸준히 성장할 그런 기업 말이다. 모든 회사가 삼성전자처럼 시가총액 200조원짜리가 될 수 없어도, 시가총액 1조원짜리가 10조원 되고, 4조~5조원짜리가 20조~30조원 되는 기업은 꾸준히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게 어떤 주식인가.

"삼성증권이 추천하는 '톱 10주'로 대신 얘기하겠다. 고려아연·삼성물산·삼성전자 우선주·CJ제일제당·아모레퍼시픽·코웨이·KCC·현대모비스·SK하이닉스·네이버다. 올 초부터 이달 7일까지, 이 주식들의 평균 수익률은 9.8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