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봉화 만지송(萬枝松)

소나무는 대체로 커다란 하나의 줄기를 중심으로 하여 키가 높게 자란다. 줄기의 위쪽에 이르러 여러 갈래의 가지가 자라는 것이 통상적이다. 일반 소나무와 달리 한 소나무의 가지가 만 개나 될 정도 많이 나 있는 소나무가 있다. 가지가 유별나게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만지송(萬枝松)이다.

나무는 대체로 뿌리와 줄기, 잎으로 구성된다. 한 톨의 씨에서 싹을 틔워 하나의 줄기를 만들고 위쪽에 이르러 가지를 뻗어 잎들을 지탱한다. 대부분의 소나무도 다른 나무와 같이 하나의 큰 줄기로 자라며 큰 줄기의 꼭대기쯤에서 가지를 뻗는다. 금강송이나 백송 등이 그렇다. 암벽 등 열악한 환경에서는 줄기가 높게 자라지 못하여 가지가 뻗는 부분의 위치가 낮아지고 굴곡이 심한 가지를 만들기도 한다. 토질이 좋은 곳의 소나무는 대부분 곧게 줄기를 키워 올린다.

간혹 뿌리 부분에서 두 갈래로 자라는 경우를 본 경우는 있으나 그루터기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동시에 자라는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경상북도 봉화군의 숲길에서 만난 특이한 소나무 한 그루가 도보 여행가들의 시선을 끈다. 봉화군의 만지송이다. 

여느 소나무와 달리 아예 그루터기에서부터 많은 줄기가 덤불처럼 나란히 자라고 있다. 변이종이라고 하기도 하고 하나의 솔방울에서 여러 개의 씨앗이 같은 장소에서 떨어져 싹이 나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엉겨 붙어 하나의 나무처럼 변하였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아직은 줄기가 아름드리는 되지 않지만 먼 훗날 우람한 소나무로 자라지 싶다.

우리나라에는 몇몇 만지송이 있다. 대표적 만지송이 천연기념물 제399호로 지정된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159번지 마을 뒷산에 있는 소나무다. 

또 하나는 경상북도 청송군의 만지송이다.

영양군과 청송군의 만지송은 그루터기에는 한둘의 둥치로 자라고 위쪽 부분에 이르러 일반 소나무와 달리 많은 가지를 뻗고 있다. 아예 그루터기에서부터 줄기가 여러 개로 자란 봉화의 만지송과는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봉화의 만지송과 다른 지역의 두 그루의 만지송도 행정 구역상으로 모두 경상북도라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들 소나무가 자란 환경의 유사성을 들고 싶다. 봉화군의 이 만지송도 세월이 더 흐르면 이 소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