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없어… 보여주기식 고백만 있을 뿐

불필요한 고백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SNS에는 수많은 개인의 사생활이 떠다닌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밀한 고백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속내는 남이 볼 것을 전제하고 쓴, 철저하게 '편집된' 일기랄까.

서울대미술관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가면의 고백'전은 미디어 시대에 고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흥미로운 전시다. 국내외 작가 23명의 회화·설치·영상·사진 등 43점이 펼쳐진다. 전시 제목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가면의 고백'에서 따왔다.

전시장 입구 프롤로그에서 관객을 맞는 건 구피 봉제 인형. 가만히 보면 안과 밖이 뒤집혀 있다. 작가는 매끈한 면을 가리고 거칠고 흉측한 속을 밖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고백조차 꾸며지는 시대, 추한 진실과의 대면은 어쩌면 누구도 원치 않을지 모른다.

전시는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섹션은 '가짜 사건을 고백하는 자'. 진짜 나무와 진짜 같은 나무, 나무 사진이 한 화면에 뒤섞인 오제훈의 작품은 진짜보다 더 리얼한 가상 세계를 대변한다. 신문에 나온 범죄 현장 이미지를 편집해 전혀 다른 맥락으로 재구성한 김아영의 사진 작품도 눈길을 끈다.

둘째 섹션은 '고백을 엿보는 자'. 작가 예기가 프랑스 유학 시절 자신이 살던 곳의 맞은편 건물을 훔쳐보며 찍은 연작 사진들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SNS에 남겨진 자기 흔적을 누군가가 따라가며 추적하는 것 또한 이러한 관음적 시선과 다르지 않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물 가운데 '진짜 고백'은 루이즈 부르주아 작품 하나뿐이다. 외도한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감정이 34장의 헝겊 작품에 투영돼 있다. 그에게 바느질은 유년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고백이다. (02) 880-9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