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석달새 5000억 몰렸지만… 우울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초반 성적이 다소 부진하다. 투자금이 5000억원 이상 몰리며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투자할 만한 회사채와 공모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운용사 측은 하반기 이후 공모 기업이 많아지면 반전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공모주에 투자하는 상품이 이미 많이 늘어난 상태여서 낙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다수다.

하이일드펀드란 신용등급이 낮은(BBB등급 이하)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이며,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란 이름 그대로 분리 과세(종합소득세와 분리해 과세)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 펀드다. 국내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의 60%를 채권에 투자하되, 30%를 BBB등급 이하나 코넥스 기업 상장사에 투자해야만 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자금은 몰렸지만 수익률은 부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지난 4월 18일 KTB자산운용의 첫 상품이 나온 이래 67개 상품이 나왔고, 총 5693억원이 몰렸다. 국내 펀드의 인기 부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기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률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한 달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3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반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 0.7%를 기록 중이다. 손실을 기록한 상품마저 나오고 있다. 골든브릿지위드하이일드사모 1[채혼]은 0.29%, 현대하이일드사모 1[채혼]은 0.19% 손실을 내고 있다.

◇투자할만한 회사채·공모주 부족… 높은 수익률 기대 어려워

수익률이 기대 이하인 것은 투자할 만한 회사채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K사는 동부메탈의 담보부 사채를 편입했다가 혼쭐이 났다. 동부메탈 담보부 사채는 수요 예측에서 기관투자자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인기몰이에 실패한 회사채인데, K사는 320억원어치 물량 가운데 일부를 받아 사모펀드로 설정했다가 평가 손실을 입은 것이다. 평가 손실의 주원인은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제철의 자율 협약이었다. 전문가들은 K사의 투자 실패에 대해 "그만큼 투자할 회사채가 없어서 고심 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에 우선 투자해 10%를 먼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인데, 상반기 공모 기업이 많지 않아 공모주 투자 효과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라고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SDS, 에버랜드 같은 '대어'가 있기는 하지만 전례를 볼 때 사모 형태의 공모주 투자 펀드가 나올 것이 확실시되고, 하이일드펀드 또한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공모주를 조금밖에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용 거품 사라지고 채권시장 활성화돼야

전문가들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살려면 공모주보다는 채권 투자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신용등급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너무 후하게 주고 있어 BBB등급에 있어야 할 기업이 A등급 위에 있고, 이 때문에 하이일드펀드가 살 수 있는 채권이 적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해외 신평사와 국내 신평사 등급 격차가 7~8단계에 이를 정도다.

장내 채권시장을 키울 필요도 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그간 회사채 펀드가 잘 안 됐던 원인 중 하나는 사건만 하나 터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펀드 자금 때문이었다"며 "특히 국내 채권시장은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만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환매를 신청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