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물방울, 자전거를 타고 가다

팔당역서 국수역 부근을 잇는 자전거 길은 푸른 풀이다. 물방울 같이 자전거가 도르르륵 굴러간다. 그 물방울에 강물이 비추고, 구름이 흘러간다. 물방울이 물방울을 넘어서 간다. 노란 선을 넘어 하얀색 저지를 입은 물방울이 추월해낸다. 가는 바퀴가 땅을 지치며 바람에 몸을 실어 달린다.

한 아이는 아빠의 저지를 입고 달린다. 자전거는 동생의 다리가 짧은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그 아이도 그 순간을 달리는 물방울이다. 그 뒤를 따라가는 아이의 아빠는 아주 조금 더 큰 오래된 물방울이다. 물방울이 통통 도로를 퉁기며, 아주 작아 바람에 날리는 조그만 알갱이 같은 물방울을 바람에 훔치며 도로를 밀어 구른다.

물방울들이 우르르 검은 터널도 들어선다. 양수리역의 철로를 따라 조금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는 청초한 아름다운 냇가가 보인다. 냇가 너머에 언덕을 가다 보면 용담터널이 나온다. 긴 동굴이다. 긴 만큼 날씨가 더울수록 피부에 촉촉한 바람이 시원하다. 몇 개의 터널이 계속 이어진다.

국수역을 조금 지나면 아트 터널이 나온다. 길이는 500여m가 넘고, 중간에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어느 사춘기 물방울은 그 구간에서 조용히 페달을 밟았다. 물방울이 음악을 듣는 거였다. 휙 지나기 바쁜 오래된 물방울하고는 너무도 다른 어린 물방울의 감수성, 음악은 물방울에 들어가 찬란한 연주를 했을 거다.

그 너머 길게 이은 길에서 두 물방울은 오빈사거리에서 가던 길을 돌렸다. 원 계획은 양평까지 가는 거였지만 작은 물방울이 자전거의 출렁임에 무리가 갔는지 힘들어했다. 강물에 닿는 길에 다시 들어서면서 한 무리의 건각들이 사이클과 산악자전거 무리가 폭풍처럼 다가왔다가 아스라이 튕겨 날아간다. 언제가 나도 저들처럼 임진각 도로를 해를 왼쪽 헬멧 위로 하여 땅에 그림자로 뿌려 땅과 내가 하나가 되어 꿈틀거리며 간 적이 있었다.

작은 물방울이 많이 아파해 국수역에서 아쉬움을 검은 선글라스 속에서 식히며 아직 여유가 많은 공간에 나란히 자전거를 세우고 자리에 앉는다. 말랑말랑한 하얀 피부의 아들이 내 오른쪽에서 고개를 기울이고 잠에 빠져든다. 우리는 물방울처럼 잠시 살고, 잠시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