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문명, 그 새로움 혹은 그대로 머물기

핸드폰에 앱을 또 저장시킨다. 핸드폰에 저장시킨 만큼 무거워진다. 또 무거워지는 만큼 고개가 점점 숙여지는 요즘이다. 이렇듯 고개 숙이는 시간 따라 핸드폰을 든 팔도 밑으로 내려간다. 이럴 땐 기어이 머리가 콕 쑤신다. 사람 머리란 아픈 만큼 숙여지는가? 물론 그것은 가끔 일어나는 법. 대부분 사람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 전철 안에서…. 

문명! 우리에게 더 큰 행복감을 주도록, 과연 문명은 얼마나 더 발달하여야 하는 것일까. 분명 그 한계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해보았을 텐데, 사람의 욕망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명이 이어질 때마다 그 필요악에 매달린 채, 나 또한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것일까. 그 반짝임이란 또한 수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일 텐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끝없이 되풀이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믿음이 또 하나 있었다면,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더 이상 과학이 발전하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리라. 그 발전으로 인해 사람은 더 먼저 알아야 하고, 서로 알지 못하도록 싸우는 것이 아니냐는 평범한 이야기를 어찌 서로 가슴 아파하며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인가.

그래서 보이는 것과 다가온 시간의 것, 그중 일부를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일, 나는 지금도 이 모두를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치장하여 문명과 관련된 더 이상 질문의 여지를 마감시키려 하고 있다. 타고 가는 이 전철도 자연의 법칙으로 향하고 있다며 엉뚱하리만큼 입에 발린 말로 정당화시키는 일, 뭐 언제든 식은 죽 먹기인 것이다.

그러니 새 문명이란 이름으로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몫을 어찌 탐낼 수 있을까. 잘살고 있는 그들의 땅과 땀을 빼앗을 수 있을까. 이런 쓸데없는 우문을 어떤 현답으로 매듭지어야 할 것인가. 돌고 도는 질문과 대답의 뫼비우스 끈을, 이렇듯 너나없이 다음 사람의 짐으로 남기곤 한다. 처음 우리네 관계란 이러저러하게 이미 생겨 버린 것을, 어찌 나만의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리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느냐는 거다.

그렇게 이미 존재했던 사실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스스로 잊고 싶을 때마다 산으로 가려는 것 같다. 바다를 보거나 별을 보거나 구름이 흐르는 것을 천천히 보고 싶어 하는 듯하다. 오직 자연스럽다는 모습으로 저만의 가면을 쓰려고 하는 듯. 그러나 자연은 그렇게 단순한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말. 문명은 더 이상 우리를, 앞으로의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말도 맞는 듯하다.

그러나 말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며 서로 말을 하고, 서로 또 그 말을 따라 하지만, 오히려 첨단 문명시대의 지금은 '그대로 있어라'가 더 맞는 것 같다. '발전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 이렇게 한 번은 더 외치고 싶어지는 걸 어찌하랴. 무작정 문명에 종속되는 일은 그만큼 아픔도 더 커지는 것을 어찌 강조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외침을 끝내 멈출 수밖에 없음에 스스로 고개 숙여 괴로워한다. '새로움과 그대로 머물기', 이 사이에는 원인과 결과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지금처럼, 전철에서 핸드폰에 앱을 깔고 나면, 그래 머리가 더 아프기 전에 앱 때문에 늘어뜨린 팔을 번쩍 들어 머리를 치켜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뭐, 전철에서도 구름 향을 맡을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 아는 것도 또 있는 것 모두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지금, 오늘도 무엇을 더 내 것으로 만들려 하는가. 그냥 뺏고 뺏기는 일이, 문명이든 자연이든, 그저 이들의 진리라 믿는 수밖에…. 이도 참 쓸데없는 고민이다. 그래 계속 이런 고민을 만들고 있는 지금도, 혹시 나만의 구름 향이 한 번 더 스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