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정선 더바지령 길을 다녀오다

도보 여행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갱년기가 왔을 때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도보를 시작했다. 노년에 좋은 취미와 운동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수강산 곳곳을 걸어서 여행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강원도 정선 임계리 더바지령 길 부수베리 계곡을 다녀왔다. 날씨가 비가 올 듯 흐렸으나 굽이굽이 신작로를 지나 임도 길에 들어서자 숲이 운무에 덮인 듯, 안개에 덮인 듯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옇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라도 하늘은 숲으로 가려져 있겠지.
 
임도 길이라 해마다 덮인 낙엽이 푹신푹신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하다. 지나는 구간마다 숲에서 뿜어내는 향기가 다르다. 계곡엔 하늘도 담겨있고 숲도 담겨있다. 걸으면서 내내 행복했다. 노년에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건강해서 감사하고, 선뜻 길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주신 신께 몇 번이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강원도 정선에서도 잊힌 옛 고갯길 더바지령 또는 부수베리 계곡이라 불리는 그 곳. 임계면 가목리 부수베리는 동해와 삼척지방과 영서지방을 잇는 통로였으며 정선의 약초 등과 영동의 소금이나 고기 등을 교환하던곳이었다 한다. 지금은 정선에서도 잊힌 옛길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부수는 소나무, 베리는 절벽을 뜻하며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부수베리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구설이 있다. 특히 이곳에는 금강송 군락지가 여러 군데 있다. 정선군에서 숲과 계곡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간 통행이 금지된다고 공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