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은 절반만 맞다"… 30년 전 백남준을 그리며
입력 : 2014.07.18 01:05
[백남준아트센터 '굿모닝… ' 30주년展]
백남준문화재단은 아카이브展 열어… 친필 전시·편지 등도 볼 수 있어
"조지 오웰은 1948년에 소설 '1984'를 썼습니다. 전체주의와 전자 기술의 위험을 경고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보시게 될 것은 최초의 미디어 예언자인 오웰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신년 축하의 새로운 방법입니다."
1984년 1월 1일 정오(미국 뉴욕 시각). 뉴욕 WNET 방송국 스튜디오에 유명 언론인 조지 플림턴이 나와 신년 포문을 열었다. 이어 화면 오른쪽으로 파리에 있는 방송인 클로드 비에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생방송으로 화면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곧 화면은 바뀌고 음악가 존 케이지, 행위예술가 요셉 보이스, 가수 이브 몽탕 등 세계적인 예술가가 100여명 등장해 대중문화(pop)와 고급문화(high culture)를 넘나드는 종합 예술을 한 시간 동안 펼쳤다. 이 모습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실시간 전해졌다.
1984년 1월 1일 정오(미국 뉴욕 시각). 뉴욕 WNET 방송국 스튜디오에 유명 언론인 조지 플림턴이 나와 신년 포문을 열었다. 이어 화면 오른쪽으로 파리에 있는 방송인 클로드 비에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생방송으로 화면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곧 화면은 바뀌고 음악가 존 케이지, 행위예술가 요셉 보이스, 가수 이브 몽탕 등 세계적인 예술가가 100여명 등장해 대중문화(pop)와 고급문화(high culture)를 넘나드는 종합 예술을 한 시간 동안 펼쳤다. 이 모습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실시간 전해졌다.
조지 오웰이 빅 브러더(Big Brother)가 기술을 통제해 디스토피아가 도래하리라 지목했던 1984년의 첫날, 역설적으로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유토피아가 펼쳐졌다. '조지 오웰은 절반만 맞았다'며 작정하고 대규모 '위성 심포니'를 펼친 지휘자는 바로 한국 출신의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었다. 이 세계 최초 쌍방향 위성 생중계 쇼 제목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다.
'위성 생중계'라는 첨단 기술과 '전위예술'이라는 생경한 예술 장르. 백남준은 연타로 지구촌 시청자들을 문화 충격에 빠뜨렸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생중계로 보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촘촘한 관계망 속에서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이 마당에, 오웰의 예언은 절반만 맞다고 했던 백남준의 호기는 여전히 유효한 걸까. 서른 돌을 맞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조망하는 두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7일부터 열리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는 30년간 먼지 뽀얗게 쌓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복원이자, 헌정이다. 전체 영상을 출연 아티스트별로 나눠 곡선 형태의 거대한 화면에서 동시에 보여준다. 무엇보다 백남준의 치밀한 기획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흥미롭다. 백남준은 "우주의 스타(천체)들조차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지구의 천재적인 스타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 나이 먹어간다는 게 유감스러웠다"며 "위성 덕분에 가능해진 타인과의 신비로운 만남"을 주선했다.
전시장 구석, 브라운관 TV에서 흘러나오는 KBS와의 대담 영상은 놓치지 말아야 할 귀한 자료다. 어눌한 말투에 영어·일어·독어 등 구사하는 모든 언어를 섞어 말하는, 일명 패키쉬(Paikish)로 불리는 특유의 백남준식 화법을 해독하기 어렵지만 그 어떤 비평보다 살아있다. "정월 초하루 잠도 못 자고 대가들을 끌고왔으니까 내 이름을 넣으면 저 자식 백남준이 선전하러 가느냐고 그래서 난 코디네이터라고만 썼지" "예산 한계 때문에 '공짜 재능'을 많이 끌어오느냐에 주로 집중했지" 같은 현실적인 증언부터 "죽을 때 염라대왕한테 자랑할 건데" 하는 천진난만한 자화자찬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곁들여진 모나 하툼, 리즈 매직 레이저, 엑소네모, 송상희 등 17팀의 영상 작품도 훌륭하다.
백남준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 공동 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는 '나의 예술적 고향: 라인란트의 백남준'전은 평면적인 아카이브 전시다. 백남준이 독일에서 활동했던 1960∼70년대 당시의 친필 기록과 편지 등이 공개됐다. 백남준문화재단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사진과 텍스트로 재정리한 책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30'을 출간했다. 백남준아트센터와 백남준문화재단이 협업해 전시를 열었다면 더 풍성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백남준이 바랐던 '신비로운 만남'은 위성에서보다 현실에서 더 어려운가 보다.
'위성 생중계'라는 첨단 기술과 '전위예술'이라는 생경한 예술 장르. 백남준은 연타로 지구촌 시청자들을 문화 충격에 빠뜨렸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생중계로 보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촘촘한 관계망 속에서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이 마당에, 오웰의 예언은 절반만 맞다고 했던 백남준의 호기는 여전히 유효한 걸까. 서른 돌을 맞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조망하는 두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7일부터 열리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는 30년간 먼지 뽀얗게 쌓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복원이자, 헌정이다. 전체 영상을 출연 아티스트별로 나눠 곡선 형태의 거대한 화면에서 동시에 보여준다. 무엇보다 백남준의 치밀한 기획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흥미롭다. 백남준은 "우주의 스타(천체)들조차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지구의 천재적인 스타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 나이 먹어간다는 게 유감스러웠다"며 "위성 덕분에 가능해진 타인과의 신비로운 만남"을 주선했다.
전시장 구석, 브라운관 TV에서 흘러나오는 KBS와의 대담 영상은 놓치지 말아야 할 귀한 자료다. 어눌한 말투에 영어·일어·독어 등 구사하는 모든 언어를 섞어 말하는, 일명 패키쉬(Paikish)로 불리는 특유의 백남준식 화법을 해독하기 어렵지만 그 어떤 비평보다 살아있다. "정월 초하루 잠도 못 자고 대가들을 끌고왔으니까 내 이름을 넣으면 저 자식 백남준이 선전하러 가느냐고 그래서 난 코디네이터라고만 썼지" "예산 한계 때문에 '공짜 재능'을 많이 끌어오느냐에 주로 집중했지" 같은 현실적인 증언부터 "죽을 때 염라대왕한테 자랑할 건데" 하는 천진난만한 자화자찬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곁들여진 모나 하툼, 리즈 매직 레이저, 엑소네모, 송상희 등 17팀의 영상 작품도 훌륭하다.
백남준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 공동 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는 '나의 예술적 고향: 라인란트의 백남준'전은 평면적인 아카이브 전시다. 백남준이 독일에서 활동했던 1960∼70년대 당시의 친필 기록과 편지 등이 공개됐다. 백남준문화재단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사진과 텍스트로 재정리한 책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30'을 출간했다. 백남준아트센터와 백남준문화재단이 협업해 전시를 열었다면 더 풍성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백남준이 바랐던 '신비로운 만남'은 위성에서보다 현실에서 더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