綜所稅(종합소득세) 내느니… 배당·이자 안 받겠다는 자산가들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 기준이 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 알게 모르게 투자자들의 매매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당이나 이자 수령일 직전에 주식·채권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다. 배당이나 이자는 매매 차익과 달리 금융소득으로 분류되는데, 이로 인한 총소득이 2000만원을 넘게 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세율은 최대 41.8%에 이른다.

'세금 폭탄'을 피하고자 일부 자산가가 배당 기준일 직전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우려가 없는 투자자라면 배당이나 채권 이자를 받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세금 부담에 배당은 받지 않겠다는 자산가들

'현대로지스틱스28'은 3개월 단위로 12일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다. 이달에는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채권 보유자에게 이자를 줬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이 채권의 가격 흐름이다.

이 채권은 지난 7일만 해도 가격이 1만24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자 지급 직전이었던 11일 오전에는 9970원으로 하락했다.

가격 하락은 9970원에 16억원 상당의 매도 물량이 나왔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부 자산가의 매도 물량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로지스틱스28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일평균 거래량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했었다.

9970원까지 하락한 회사채는 이자 지급 후인 14일엔 9959~9963원에 거래됐다. 1000만원당 11만3000원(세후) 정도의 이자를 지급하는 '권리'가 상실됐음에도 채권 가격은 꽤 버틴 셈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인프라도 비슷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달 17일 6530원까지 올랐다가, 분배금 지급일 직전 6340원으로 밀렸다. 이후 분배금 지급 기준일이 지나서는 다시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 이달 18일 한때는 645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분배금 지급 직전의 가격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주당 193원(시가분배율 2.98 %)을 분배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기준일 이후 4% 넘게 오른 셈이다. 분배금을 받기 위해 투자하는 안정적 성향의 맥쿼리인프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상승률이다.

전통적으로 중간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으로 분류되는 S-Oil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였다. 개인투자자들은 6월 17일부터 26일(중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42억7400만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그리고 27일부터 현재까지는 98억2200만원 순매수 중이다.

◇"금융소득 부담 없는 투자자들은 배당(이자) 수령하는 전략 유리"

이를 모두 금융소득세 부담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당주는 배당 지급 직전까지 조금씩 오른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가를 주로 상대하는 PB들은 5월 종합소득세 때문에 깜짝 놀란 고객이 많았다고 말한다.

세무사들에 따르면 올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 대상자는 11만여명이었다. 지난해 7만명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 신고 대상 인원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신고 대상 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진 탓이다.

H증권사 반포지점의 한 관계자는 "'설마 내가 대상이겠느냐'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세금 폭탄을 맞은 고객이 많다"면서 "이 중 상당수는 배당주 투자자들인데, 혹시나 싶어 기준일 직전 주식을 매도하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PB는 "금융소득 규모에 따라 건강보험료도 달리 매겨져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며 "적당히 올랐으면 배당은 받지 말고 팔자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고 전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담이 없는 투자자라면 이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준일 직전 매물이 많이 나와 가격이 떨어지면 시세 차익에다 이자(배당)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