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21 03:03 | 수정 : 2014.07.24 10:59

-고급별미로 변신한 부산어묵
못살던 시절 반찬에서 고품질 건강식으로
3대째 가업 이은 美유학파는 매장을 빵집처럼 꾸미기도

17일 오후 2시쯤 부산 부산진구 지하철1호선 부전역 인근 부전시장. 부산에서 가장 큰 이 시장 안 죽집골목에 들어서자 해운대의 고급 빵집이나 커피숍처럼 세련되고 깔끔한 가게가 나타났다. '고래사'라는 이름의 '어묵가게'였다. 속칭 '오뎅집'이다. '몸뻬 바지'려니 했는데 명품 바지를 만난 느낌이었다.

17일 가지각색의 어묵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삼진어묵’전시체험관. 마치 제과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어묵들이 눈길을 끈다.
17일 가지각색의 어묵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삼진어묵’ 전시체험관. 마치 제과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어묵들이 눈길을 끈다. /김종호 기자
'부산어묵'이 '화려한 반란'에 나섰다. 예전 못살던 시절 볶아서 반찬으로 하던 사각어묵이나, 고속도로휴게소·편의점에서 보는 새참 어묵 수준이 아니다. '고품질 건강식' '고급 별미식'으로 보란 듯 진화하고 있다. 가게 모습이 멋진 인테리어의 고급 베이커리처럼 변신하는 곳이 생기고, 외국인 관광코스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2시쯤 부산 영도구 봉래동 '삼진어묵 전시체험관'은 단체관광 온 수십 명의 사람들로 북적댔다. 1층은 각종 어묵을 파는 '어묵베이커리', 2층은 어묵체험·역사관이다. 1953년 설립돼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삼진어묵)이었던 이곳은 작년 말 '전시체험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전국 최초의 '베이커리형 어묵매장'이다. 부산 시티투어 코스일 만큼 명소가 됐다.

'베이커리형 매장' 개설을 주도한 박용준(31) 삼진어묵 관리실장은 "중국·일본인 등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매월 3~4차례 찾아오고 주말엔 어묵을 사려는 손님들이 100m씩 줄을 선다"고 말했다. 매일 2차례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향후 4개월간 예약이 끝난 상태다. 박 실장은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과를 나온 유학파. 삼진어묵 박종수 대표의 아들로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어묵 시장.
어묵 제조사인 '늘푸른 바다'의 고래사는 지난 5월 말 부전시장에 문을 열었다. 2층에 체험관을 두고 어묵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삼진어묵 전시체험관과 고래사 2곳은 베이커리형 매장에 더해 전시박물관도 개설했다. 역사가 50~60년 된 국내 최고 전통의 어묵회사란 '스토리'도 들려주고 있다.

부산어묵의 진화는 지역 업체들의 매출 규모를 키우는가 하면 '부산어묵'의 성가도 높이고 있다. 한 업체는 3년 전 연 매출 50억원대에서 요즘은 20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2~3년 전 3개였던 부산 중구 부평시장 안 어묵가게가 요즘은 12개로 늘어났다. 부산어묵 맛에 반한 어떤 유명배우 부부는 매월 1차례씩 한 어묵가게에서 택배로 주문해 먹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 바로잡습니다
▲21일자 A14면 ' 부산 오뎅, 출세했데이' 기사 중 부산 부산진구 지하철1호선 부전역 인근 '부산진시장'을 '부전시장'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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