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海外후원금, 어떻게 쓰이나 직접 보러간다

해외 의료 선교사가 꿈인 최신원(16·광주여고 1학년)양은 이번 여름방학 때 보충수업 대신 중앙아시아의 오지 타지키스탄 여행을 택했다. 3년 전 누나와 동생의 인연을 맺은 세르조드 미르조브(6)를 만나러 간다. 고(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접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그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이 신부의 삶이 '나처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날 운을 갖지 못한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깨달음을 줬다고 한다. 최양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섯 살 동생을 위해 한복 인형을 정성껏 만들었다. 그는 "이번 만남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저 자신을 더 채찍질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국제 구호 개발 비정부 기구 굿네이버스의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 타지키스탄에서 특별한 휴가를 보낼 22명이 모였다. 고등학생부터 교사, 회사원, 공무원 등 나이도 직업도 각양각색인 이들은 오는 28일부터 7박8일간 그곳에서 자신의 정기 후원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고, 현지 봉사 활동도 펼치게 된다. 최양을 비롯한 22명은 이날 타지키스탄어 인사말을 배웠다. "앗살롬 알라이쿰! 만 아즈 쿠리요 오마담!(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여름휴가를 포기한 열혈 정기 후원자들은 처음 발음해보는 타지키스탄어가 어색한지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출국 전 두 차례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울산·대구·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지난 5일과 이날 봉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토론을 벌이고, 사전 연습도 했다. 타지크어를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짧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등 이슬람 문화권인 현지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익혔다. 대륙성 기후로 여름철엔 고온 건조한 타지키스탄은 요즘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나든다. 타지키스탄은 1997년까지 수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구소련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44달러, 세계 152위로 아프리카 세네갈이나 케냐 수준이다. 인구 약 790만명 중 60％ 이상이 하루 소득이 1.25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여행 비용은 260만원. 모두 본인 부담이다. 주위에선 "그 좋은 시간에 그 돈을 내고 그런 곳으로 고생하러 가느냐"고 말한다.

건축 회사에 다니는 서정규(31)씨가 여름휴가를 그곳에서 보내기로 한 것은 지인들 때문이다. "정기 후원을 권유할 때마다 사람들이 '근데 그 돈 진짜 아동들한테 쓰이는 거야?'라고 되물어요. 그래서 이번 봉사를 결심하게 됐지요." 정기 후원을 시작하면서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됐다는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매달 내는 3만원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다"고 했다.

17년간 토목 설계 일을 했다는 황세연(41)씨는 올해 경북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한 늦깎이 대학생이다. '봉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진로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그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2년 전 이번과 같은 취지로 참여한 네팔 여행이었다. 황씨는 "세계에는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빈곤 국가가 많은데 타지키스탄도 그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아동을 후원하고 있는 차영란(28)씨는 이번 여행을 위해 21세 때부터 다니던 제과·제빵 생산직 일을 그만뒀다. 장기 연차를 내기 어려워 해외 봉사를 번번이 미뤄야 했던 그는 지난 3월 사표를 낸 뒤 퇴직금을 털어 이번 참가비를 마련했다. 차씨는 "주위 친구들이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핀잔을 주지만 꼭 두 눈으로 내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오랜 해외 봉사의 꿈을 이루게 돼 신난다"고 말했다.

1998년 국제 NGO로 정식 등록된 굿네이버스 타지키스탄 지부는 현지에서 양봉 산업, 씨감자 산업, 소수력 발전 등을 통해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이번 봉사단은 네 곳의 현지 사업장을 방문하고, 어린이들에게 교육 봉사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