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원자에너지와 인류의 미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빌리지 않더라도 평소의 마음에서 그려가던 상상의 세계가 꿈속의 현실이 되어 어느 날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성장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알게 되었다. 상상 속에서 나타나는 낯선 공간의 의미구조는 '나'와 '낯선 것'이라는 수평적 관계이다. 이러한 '나'라는 개체와 '낯선 것'이라는 대립구도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이 주목이 되고 있는 일상적인 삶에서 '나'와 '우리'라는 연대관계를 벗어난 가상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옛날이야기로 재현되는 과거의 시간이 되어 영원히 사라져갈 어느 날의 오후이다. 문학에서 사건이 제시하는 과거의 시간은 듣는 사람의 의식에서 현재 상황을 유추하는 새로운 현실감으로 되살아나기도 하지만 내가 만난 그 오후의 시간은 현실의 우리가 미래의 세계를 유추하게 하여 오늘의 현실이 영원히 우주 속으로 사라져서 잊히기를 바라는 시간이 되고 있었다.

더운 오후 수업에 지쳐가고 있는 강의에서 내 정신을 반짝이게 만드는 공간을 만나게 된다. 꿈속에서 만나던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고 지금 현재 지구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어떻게 대처하여서 먼 미래의 인류가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가 무한정으로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으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원자에너지의 쓰레기인 플라토늄을 저장하는 거대 지하 동굴의 건설을 미래의 인류를 위하여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유럽의 나라 중 유일하게 핀란드가 그 저장고의 건설을 2004년부터 시도하고 있다.

지하 100m의 깊이에서 각도를 변환시키고 길이를 두 배씩 복리이자 계산법으로 늘여가면서 지하의 거대한 동굴을 만들고 있다. 북위 61도의 위치에 자리한 '온카로(ONKALO)'라고 불리는 이 시설은 핀란드 오루키루오토 섬에 존재한다. 세계 유일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 처분장으로 건설되고 있는 이곳은 핀란드 어로 '숨겨 놓는 곳'을 뜻하는 온카로(ONKALO)로 명명되고 있다.

'온카로'는 지하 약 520m의 깊이까지 터널을 파는데 지하 100m의 깊이에서 각도를 변환시키고 길이를 두 배씩 늘려가면서 지하의 거대한 동굴을 만들고 있다. 거대한 지하도시가 만들어 지면 그곳에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함이다. 2020년까지 운용(運用)을 시작한 후 2120년까지 100년간 매설처분(埋設處分)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용 후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 4000년. 생물에 안전한 수준까지 방사능이 떨어지려면 약 10만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10만 년 동안 '온카로'는 지하에서 계속 봉쇄되어 있어야 지구 미래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들이 선택한 이 장소는 18억 년 전의 지층인 암반의 지층으로 미래의 어떠한 지구의 위기에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여 선택된 지역이다. 처분 완결 후에는 미래에도 관리가 필요 없을 만큼의 완벽한 시스템으로의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어둠의 동굴 속에서 걸어 나오는 한 남자의 말이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어둡다. 동굴 속으로 가는 날은 여름날의 옥외 햇빛처럼 맑은 날이었다. 그러나 지상으로 돌아오면 흐려진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짧은 한 줄의 글에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도, 경제적 불황이 닥쳐와도 100m의 지하에서 1km + 2Km + 4Km로 폭파되는 지하 동굴의 넓이는 more, more, more를 외치고 있다. 이 저장고가 완성되면 동으로 만든 이중구조 용기에 넣어서 보관 후 이 지하 동굴에 보관하고 그것이 100년이 넘어 저장고가 꼭 차게 되면 입구를 두꺼운 콘크리트로 막아서 영원히 폐기처분한다는 시스템으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 동굴 위의 지상은 다시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후손들이 그 땅 위에 집을 짓고 생활할 수 있는 사용 가능한 자기완결형의 완벽한 시스템이다. 지구는 6만 년 이내에 빙하기가 온다는 가정하에서 동토기를 맞이하여 모든 자연환경이 변화하여도 지하에 묻힌 핵폐기물은 영구동토가 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로 예상하고 있다.

그들은 최종 처분장을 건설하면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미래의 인류가 만날 이 저장고에 대한 호기심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가장 완벽한 에너지원이라는 원자력이 발명되었다. 그 완벽한 에너지원이 이제는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가장 커다란 위험요소가 되어서 그 안전장치를 진지하게 생각하여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원자력은 우라늄을 생성시키고 그것들의 원소분열에 의하여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다. 이 물질이 생물이나 자연환경에 노출될 때에도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도 없고 냄새조차도 없다. 그러나 그 물질이 몸에 닿으면 한 시간 이내에 구토가 일어나고 2주 후에는 출혈이 시작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작은 물질의 접촉으로도 세포 내 DNA가 파괴되어 유전자에 상처를 내거나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문명은 태어나고 번영하고 멸망을 시도한다. 인류도 같은 길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말하고 있다. 이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그러나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는 위험물질로부터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녀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 상황을 지속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먼 미래에 태어날 후손들이 이 장소를 발견하였을 때 그들은 이곳이 어떠한 보물창고나 아니면 우리가 현재 불가사의한 건축물로 생각하고 있는 피라미트처럼 인식되어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을 경고한다. 미래의 인류가 이 저장고를 발견하였을 때 <만지면 안 됩니다. 지상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문구로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하여 그들은 국제연관의 공용어로 쓰이는 마커를 생각하고 있다.

또한, 사고의 연결고리로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해력을 동반하기 위한 일러스트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호기심으로부터 이 장소가 격리되고 잊혀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것이 모두 사라진 미래에, 꿈속의 가상공간처럼 무엇이 존재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반한 결단으로도 그들은 미래의 인류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최종적인 결정은 미래의 인류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의 안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책임이 있을 뿐이다. 우리들의 문명이 손에 넣은 에너지가 그 반짝임을 지니고 우리 곁에서 수시로 위험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서 만나는 무한의 에너지를 보호하고 다시 태어나는 후손들을 위하여 또 다른 준비를 시도하며 노력하고 있는 국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원자에너지의 실체를 깨달아가면서 우리가 지니고 살아야 하는 삶의 윤리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먼 미래에 우리가 남겨두고 갈 지구환경을 마주하는 후손들을 위하여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가능하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무해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로의 변화를 기적처럼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