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가득한 한국의 '바(bar)', 저도 절로 흥이 솟네요

"한국인은 술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폭음으로 주량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권하고 싶지 않은 음주 방식이에요. 칵테일은 특히 그렇죠. 알코올을 던져넣는 대신, 맛과 향을 천천히 감상하며 목 넘김을 즐겨 보면 어떨까요."

일본의 칵테일 명인 모리 다카오(毛利隆雄·67)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 각지의 100여개 바(Bar)에서 지난 17일부터 열흘 예정으로 열리고 있는 '칵테일 위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21세 때 칵테일에 입문해 46년째 현역 바텐더로 활동하고 있다. 1984년 일본 칵테일 대회 1위, 1987년 세계 칵테일 챔피언십 기술부문 1위 등의 경력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가 부들스 진(Boodles Gin)을 베이스로 개발한 '모리 마티니'도 유명하다.

"한국의 바(Bar)는 일본과 많이 다르군요. 일본은 중·장년이 주 고객입니다. 음악이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바 한쪽에서, 퇴근 후 조용히 한잔 음미하며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는 거죠. 하지만 한국에서 바를 찾는 이는 대부분 젊은이더군요. 음악이 쩌렁쩌렁 울리는 바에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칵테일을 주문하더군요. 그 활기찬 모습과 마주하니 저도 절로 흥이 솟더라고요."

그는 이번 첫 방한에서 모리 마티니를 비롯해 보드카 마티니, 하바나 마티니(럼 베이스) 등을 선보인다. "마티니는 칵테일의 왕입니다. 정석인 진과 베르무트의 조합도 좋지만, 진 대신 보드카나 럼을 써도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죠."

이런 얘기도 했다. "한국엔 세계적 수준의 바텐더가 많아요. 하지만 술의 맛보다는 취중 기분과 분위기를 즐기는 탓인지, 명품 칵테일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천리마가 지천(至賤)이라도 백락(伯樂·춘추시대의 유명한 말 감정사)이 없으면 다 평범한 말일 뿐이죠. 한국인들이 술에 대한 조예를 높여 수준 높은 바텐더들이 제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칵테일 미각'을 키우는 방법을 공개했다. "재료가 동일하지만 딱 한 가지만 다른, 일종의 칵테일군(群)이 있어요. 그걸 음미해 보면 기주(基酒)의 변화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가령 마르가리타는 테킬라, 화이트 레이디는 진, XYZ는 럼, 사이드카는 브랜디가 베이스지만, 나머지 재료는 코앵트로(Cointreau)와 라임(혹은 레몬)주스로 같아요. 베이스가 바뀌면 칵테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감상하기에 좋죠. 여기부터 시작해 셰이크(shake), 스터(stir) 같은 바텐더의 실력을 알아내는 경지로 나아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