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 후폭풍… 부품株 최대 32% 하락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부진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들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면 거래처가 납품해야 할 부품도 감소한다. 판매처가 다양하지 않은 부품 제조사의 경우 다른 사업에서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삼성전자 실적 조금만 나빠도 허리 휘는 거래사

삼성전자가 지난 18일 발표한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2분기에 9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어닝쇼크'(기대치보다 실적이 나쁘게 나오는 것)인 셈이다.

하지만 4월 이후 주가 하락 현상은 부품사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0.4% 오르는 동안 근거리무선통신(NFC)용 안테나를 납품하는 아모텍 주가는 32.4% 떨어졌다.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납품업체인 삼성전기의 주가는 11.4% 하락했다. 이 밖에 삼성테크윈·파트론·이녹스도 10~20%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2.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부품만 생산하는 기업은 해당 부품이 들어가는 스마트폰의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는 등의 전략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사양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으면 중저가형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매출 감소를 막을 수 있는 것과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폰 관련 업체 가운데 일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의존율이 50%를 넘는 곳도 있다"며 "이런 업체의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반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 전망에 증권사도 줄줄이 목표가 하향

부품사들의 실적 부진 전망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도 이들 업체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삼성전자와 스마트폰에 집중한 사업구조로 돼 있다는 것을 약점으로 들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넘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동부증권과 신영증권도 삼성전기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과 안테나를 공급하는 파트론에 대한 평가도 낮아졌다. 하이투자증권은 목표가를 2만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갤럭시S5의 주문량 감소로 파트론의 실적도 부진했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파트론이 올리는 매출 가운데 80%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아모텍·삼성테크윈도 목표가가 하향 조정됐다. 이준희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거래처 사이에도 납품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며 비중이 줄어드는 기업이 있다"며 "이런 업체의 경우 삼성전자 실적 부진과 납품 수요 감소라는 악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삼성전자 대표 사업이지만 관련주 투자는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관련주 전망에 조심스럽다. 향후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반기 출시가 예고된 아이폰6에 대한 기대감도 삼성전자 관련주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동안 아이폰은 액정화면 크기가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작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되는 아이폰은 4.7인치, 5.5인치 두 개 상품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제품 사용자 중 일부도 아이폰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며 관련주에 악재가 되고 있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업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중요성이 큰 것은 맞지만 업황이 급격히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삼성전자와 관련된 스마트폰 부품업체에 투자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