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배당 후하고 주가 관리 철저한 '배당 귀족株' 장기 수익률 높아"

'투자의 전설'이라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주식을 살 때는 앞으로 3~5년간 주식시장이 폐장할 것을 생각하고 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뛰어난 가치를 지닌 주식은 앞으로 5년간 아무런 실익이 없더라도 먼 훗날 뛰어난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반 개인은 버핏처럼 투자하기 쉽지 않다. 대신 버핏의 철학을 갖고 투자하는 관록의 투자자에게 돈을 맡길 수 있다.

피델리티의 찰스 페인(Payne·53) 배당인컴 투자 부문 이사는 스스로 "버핏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외친다. 그가 관리하는 '피델리티 글로벌 배당인컴 펀드'는 전 세계에서 4조1000억원(40억달러)을 끌어모아 누적 수익률 50.6%, 지난 1년간 수익률 20.2%를 달성했다. 한국에서도 이 펀드는 최근 500억원 이상 투자금을 모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22일 서울에서 만난 페인 이사는 지난 25년간 UBS, 헨더슨, 피델리티 같은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면서 얻은 투자 경험을 설명했다.

"수많은 투자자가 투자를 400m 단거리 스프린트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투자로는 절대 결승선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400m를 다 돌아도 결승선이 보이지 않아 400m를 다시 돌고, 또 돌아야 합니다. 투자는 마라톤입니다. 달리기 시합이 얼마나 오래갈지 생각해야 하죠. 피델리티의 글로벌 배당인컴 펀드는 그렇게 운용됩니다."

배당인컴 펀드는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중(中)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여기저기 소개된다. 주가 상승률과 기업의 배당 수익률 등을 합쳐 수익률이 계산되고 월 지급식으로 분배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어 은퇴 세대는 연금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가가 지난해처럼 15% 이상씩 랠리를 지속한다면 이만큼 이상적인 상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양적 완화 후유증으로 훗날 강력한 인플레이션 등을 경고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기업의 수익성은 갑자기 바닥을 칠 수 있고, 배당도 일시에 중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런 위험, 충분히 알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위험이 제로(zero·0)인 배당 귀족주(dividend aristocrat)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페인 이사가 '배당주 찬양론'을 이어갔다.

―배당 귀족주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게 자신만만하십니까?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배당 성향과 배당 수익률을 높여온 세계 최고 우량 기업의 주식을 '배당 귀족주'라고 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말이죠. 우린 수천 개가 넘는 세계적 기업 가운데 최고 기업 54개 사만 선별합니다. 헬스케어·가전·금융 등 대부분 한 업종당 투자 비중이 20%를 넘지 않아요. 변동성은 매우 작지만, 지난 10년간 총투자수익(total return)만 229%를 낸 기업들입니다. 세계 최고 제약사인 노바티스, 킴벌리 클라크, 로슈 같은 회사죠. 이 기업들의 특징은 보유한 현금의 30% 이상은 배당으로 쓰고, 나머지 30%는 자사주를 매입해 철저히 주식을 관리합니다. 주가가 25% 떨어져도 배당은 늘리기 때문에 수익률은 항상 보장돼요."

―배당 문화가 뒤떨어져 있는 한국은 주식은 주가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으로 주로 인식되어 '배당 귀족주'란 말이 생소하군요.

"(웃음) 사실 배당 귀족주는 시장에서 욕먹는 주식입니다. 매력도 별로 없고, 제품도 사랑스럽지 않거든요. 그러나 바로 그 욕먹는 주식이 배당인컴 펀드에선 대박을 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보세요. 애플에 비해 지루하고, 성장도 둔화한 것 같고, 나쁜 뉴스도 많고…. 그러나 투자자들이 투자해야 하는 배당 귀족주가 MS예요. (기자의 국내산 PC를 가리키며) 이 PC도 윈도를 쓰는 것 아닙니까? MS는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어요. MS는 IT 기업도 아니고 그냥 가전 기업이란 겁니다. 거의 3%대의 배당 수익률을 보장하는 MS에 저희가 투자합니다. 일본도 30년 전엔 배당하는 기업을 비웃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저희 포트폴리오엔 일본 제약사인 아스텔라스란 회사가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저평가된 주식을 대거 사들여 주식 가치를 보존하고, 배당 수익률도 2.2%나 됩니다."

―배당 수익만으로 은퇴 자산을 꾸리는 선진국 투자자가 많은데, 한국에서도 그게 실현될까요?

"성숙 경제에 접어들수록 기업은 배당을 늘립니다. 한국이라고 다를까요? 아니요. 한국 기업들에도 그 변화의 물결이 올 겁니다. 저에게 2005년도에 돌아가신 이모가 있었죠. 그녀의 은퇴 자산은 단 하나, 매년 7% 배당 수익률을 올리는 영국 로이드은행의 배당금이었죠. 그녀는 매년 배당금으로 7000파운드(약 1220만원)를 받아서 소형차와 작은 주택을 유지했습니다. 배당은 특히 의료·난방비 등 큰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노년층에 유리합니다. 특히 채권이나 은행에 돈을 묻어뒀다가 주식은 해보고 싶지만, 불안한 분들에게 말이죠. 내 투자 포트폴리오의 골격쯤 된다 생각하셔야 해요. 제발 다른 개별 펀드에 투자해 수수료를 까먹지 마십시오(웃음)."

―앞으로 세계경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잖아요?

"선진국의 자산 가치가 폭발 성장한 2000년대 중반 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중국이 싼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한 겁니다. 지금 보세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두렵겠지만, 유럽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위험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죠. 중국은 여전히 싼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상의 전부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인플레이션 위험은 세계 각지의 디플레이션 위험으로 상쇄됩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투자자들이 좋은 주식을 찾는 데 조언을 해준다면.

"전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는데 투자자가 됐어요. 주식과 유물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고학도 여러 다른 유적지에서 유물을 발굴해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주식도 저 기업의 가치와 이 기업의 가치를 이어줄 때 힘이 강력해진다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를 그런 방식으로 생각해보시면 투자가 흥미로워지실 겁니다. 둘째 투명해야 해요. 기업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잘 보세요. 셋째, 조금이라도 복잡하면 잊으세요. 예컨대 정부가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게 그런 경우죠. 마지막으로 지역별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세요. 미국 20%, 중국 20% 투자 같은 방법이 그런 겁니다. 저도 투자할 때 어떤 나라의 증시에 상장했는지 안 봅니다. 그보다 기업이 방대한 현금 흐름을 어디에 쓰는가를 보시는 게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