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쏟아진다… 코스닥 新株인수권 물량 주의보

코스닥 시장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란 미리 정한 가격에 신주를 받을 권리(신주인수권·Warrant)가 있는 채권을 말하는데, 최근 코스닥 업체 중 이 권리가 행사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 기업 입장에선 새 주식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상장하는 셈이 되는데 이 경우 유통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에 부담이 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작년 이맘때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많이 발행됐기 때문에 신주인수권도 행사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권리 행사 가격이 현 주가보다 크게 낮은 종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주인수권 행사 잇따라…잠재 매물 부담

반도체 장비업체인 제이티는 지난 15일 신주인수권이 행사돼 약 14만주의 신주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 20만주가량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한 지 불과 한달 만이다. 제이티는 작년 6~8월 사이에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는데 발행한 지 1년이 지나자 신주인수권이 행사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주 상장 물량 부담에 제이티의 주가는 6월 이후 25%가량 내렸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인 엔티피아도 비슷하다. 작년 6월에 발행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물량이 최근 상장되면서 주가가 15%가량 하락했다. 에코플라스틱 역시 7월 신주인수권이 행사된 후 주가가 하락세다.

이처럼 최근 신주인수권 행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작년 이맘때 코스닥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사채와 신주인수권을 분리할 수 있는 분리형과 결합돼 있는 비분리형이 있는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작년 8월 말 이후 분리형의 발행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작년 6~8월 집중적으로 분리형이 발행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6~8월 사이에 총 100여개 상장사가 9300억원에 달하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약 2100억원)의 4배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코스닥 지수가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6~8월 이후 코스닥 지수는 연말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상승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신주인수권 행사가가 조정됐다. 작년 말 주가가 하락해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가격이 낮아졌는데 최근 주가가 다시 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받은 후 그보다 높은 가격에 팔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행사가와 주가 차이 큰 종목 주의

증시 전문가들은 특히 상장주식 수 대비 신주인수권 행사 물량 비중이 높은 종목이나 행사 가격과 현 주가의 차이(괴리율)가 큰 종목의 경우 매물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6~8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종목 중 괴리율이 100% 이상인 종목이 6개에 달한다. 아직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지 않은 종목들이 대부분이지만 권리를 행사한다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태다. 상장주식 수 대비 신주인수권 물량 비중이 30%가 넘는 업체도 6개나 된다.

다만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물량이 많아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 말 마감시점이 임박해 발행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대부분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나 증여 등의 목적으로 발행됐다"며 "이 종목들의 경우 투자자들의 우려만큼 물량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

일정 기간이 지나 사전에 정해놓은 돈을 내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