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빠른 세상에서 가족의 의미란?

2012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멘션 수상작인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도시 아이가 아버지의 고향 마을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담담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의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그 안에 온갖 삶의 소리와 근원적인 물음들이 담겨 있다.

낯선 풍경 속에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고향의 정서를 담아둔 그림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오라니는 옆집 접시 치우는 소리까지 들리는 좁은 골목길과 어디를 가든 정답게 맞아주는 이웃이 있는 곳, 우연히 들른 어느 집 부엌에서도 기꺼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아이는 오라니에서 공동체적 삶을 경험하면서 도시에서는 알지 못했던 고향이라는 정서를 느낀다. 고향 마을의 골목길에는 도시의 집과는 분명 다른 정서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골목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자라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노인은 죽기도 한다. 탄생부터 성장, 결혼, 죽음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가족과 함께하는 곳이다. 기쁘거나 슬픈 ‘개개인’의 모든 사건을 ‘우리’라는 가족 공동체가 함께 감당하는 것이다. 그들 사이의 유대는 무엇보다 강하고 끈끈하다.

요즘 아이들의 삶은 어떤가?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하루 종일 골목길을 누비고, 며칠 동안 이어지는 동네잔치에 함께하고, 죽은 이웃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작가 클레어 A. 니볼라는 골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가족 공동체의 삶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 삶을 기록했다. 그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여기에 있는지, 내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항상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가족의 의미와 나를 태어나게 해준 부모의 존재를 새삼 되새기게 될 것이다.

동화작가 황선미는 이 작품을 두고, 나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연결되어 살아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보다 편하고 부족한 게 없이 살아가는 데도 자주 고독해지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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