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시아프] 여행 미루고 KTX 타고… 젊은 작가들 열정 보러 왔다

"원하는 그림 놓칠까 봐 오전 8시에 KTX 타고 올라왔어요." 대구에서 올라온 박정태(58)·김미수(55)씨 부부는 1년을 별렀다. 지난해 간발의 차이로 원하는 그림을 못 산 게 내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찌감치 아시아프 홈페이지에 들어가 작품 정보를 꼼꼼히 섭렵해서 살 작품을 찜해왔다.

"르네 마그리트 풍도 있고, 살바도르 달리 풍도 있네요. 한국 학생들이 이런 글로벌한 그림을 그리는 게 신기하군요." 1년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독일인 스벤 굴(52·의료전문가)씨는 서울 구경 왔다가 친구가 꼽아준 '머스트 고(must-go)' 리스트에 들었던 아시아프를 찾았다.

29일 '2014 아시아프'가 개막한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사)엔 전국 방방곡곡의 미술 애호가들이 모였다. 어느덧 7회째를 맞은 아시아프에 대한 입소문은 지방에도, 파란 눈의 이방인에게도 전해졌다.

오후 1시 굳게 닫혔던 입구가 열리자 개막 몇 시간 전부터 줄 서 있던 관람객들이 전시장으로 쏟아졌다. 첫날 온 관객 대부분은 아시아프를 수차례 경험한 충성 고객. 인기 작품은 시작하자마자 팔린다는 걸 아는 마니아들이었다. 김경희(49)·홍혜진(24)씨 모녀는 아예 아시아프로 휴가를 왔다. 홍씨는 "휴가라서 기차 여행 가려 했는데, 어머니가 첫날 아니면 원하는 그림을 살 수 없다고 해서 전시장을 찾았다"고 웃었다.

이번 아시아프 작품 첫 구매자는 문예지 작가의 드로잉을 산 큐레이터 김지현(29)씨였다. 김씨는 "갤러리로서는 아시아프가 신진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구매 작가에게 연락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드로잉 특별전―New Drawing'에 걸린 작품 600점엔 금세 빨간 딱지가 붙었다. 작품당 10만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 앞에 관객들은 무장해제됐다. 김태호 2014 아시아프 총감독은 "대한민국 모든 집에 적어도 그림 한 점씩 걸리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아시아프가 시작됐다"며 "그 뜻을 다시 새기고 기본을 생각해보기 위해 드로잉전을 열었다"고 했다.

젊은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일반 관객들에게 내놓는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했다. 처음으로 공식 전시에 참여한다는 최영준(22·청주대 회화과 2년)씨는 "주변 선배가 견문 넓힐 좋은 기회라 권했는데 이렇게 내 작품이 걸린 걸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 아시아프는 전반적으로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평이다. 그간 아시아프가 해를 거듭하며 참여 대학생 작가 사이에 '아시아프 족보'가 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형화된 그림' '잘 팔리는 그림' 위주로 출품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 아시아프는 심사위원 구성을 작가·큐레이터 등 현장 전문가 위주로 바꿨다. 심사위원 문경원 작가는 "잘 다듬어진 작품보다는 젊은 작가 특유의 재기 발랄함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관객의 최대 관심사는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느냐다.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은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은 피하라. 작가의 메시지, 철학이 또렷이 보이는 그림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 아시아프' 1부 전시는 8월 10일까지 열리며, 2부 전시는 12일부터 24일까지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 4000원(20명 이상 단체 1000원 할인)이다. (02)724-63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