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31 10:11

Active Senior | 리버시티 김백호 대표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기업의 대표에서 실패한 사업가, 그리고 다시 한강 수상스키장의 대표가 된 남자.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에 앞서 오늘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백호 대표를 만나봤다.


수상스키에 열광하는 중년들

수상스키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돌처럼 멀끔한 외모의 20대 청년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보트가 시동을 켜고 청년은 비장한 표정으로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보트 출발과 동시에 보기 좋게 철퍼덕 물소리를 내며 물 위에 코를 박고 말았다.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매우 민망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작지만 다부진 근육질 체형의 중년 여성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멋지게 물 위를 달리고 대수롭지 않은 듯 짐을 싸 자리를 떠났다.

풍성한 볼거리에 놀란 눈으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호탕한 인상의 김백호 대표가 막 회원 레슨을 마치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보통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중장년층이 아주 강세예요. 시간과 비용에 여유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오면 힐링이  된다 고 하더라고요.”


수상스키를 만나기 전과 후

오늘의 가치를 아는 행복한 레저맨
김백호 대표는 수상스키를 통해 사업실패의 아픔을 극복했다.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어쩌다 보니 의류업계의 큰손이 되어 있었다는 그. 한때 강남에서 크게 사업을 하며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의류업계가 내림세에 접어들면서 그의 사업도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맛봤기에 그에게 사업실패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즈음 수상스키를 만나게 됐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다. 삶의 활력을 되찾는 느낌이 좋아 하나둘 장비를 사들이고 차츰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수상스키 사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개인 놀이터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을 뿐인데 결국 이게 제2의 직업이 되어있더군요.” 실제로 김 대표의 수상스키장 고객 중에는 사업에 실패하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이 다시 힘을 얻어 집으로, 일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단다.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는 것도 있지만 일단 나와서 물도 보고 햇볕도 쐬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울감에 젖어 집에 계신 분들 이 있다면 일단 밖으로 나오시길 권하고 싶어요.”


중년에게 권하고 싶은 ‘에어체어’

수상레저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은 레포츠로 느껴진다는 기자의 말에 김백호 대표는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헬스에서 PT를 받으며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어요. 장비는 무료 대여가 가능하니 1회 5만 원 정도만 예상하고 시작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죠.” 혹시 위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큰 기술에 대한 욕심만 없다면 다칠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에게 시니어에게 권할만한 수상레저는 어떤 종목이 있는지 물었더니 아직 생소한 레포츠인 ‘에어체어’를 권해왔다. “체력 소모가 적은데 심지어 더 재미있기까지 한 레포츠죠. 처음밸런스 잡는 게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두세 번만 타보면 밸런스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자유롭고 열정적인 서퍼를 꿈꾸다!

스노보드, 스키, 인라인, 킥보드, 스킨스쿠버, 수상스키 등 물 위, 물속은 물론 눈과 땅 위에서도 펄펄 나는 만능스포츠맨인 그에게 아직 도전하고 싶은 스포츠가 남아 있을까 싶었다. “서핑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근데 서핑은 우리나라에서 즐기기 어려운 종목이잖아요. 여름에는 수상스키장, 겨울에는 스노숍을 운영하고 있어 사계절 내내 외국으로 나가는 게 어려워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수상스키는 접근성이나 경제적, 시간적으로 참 친절한 운동이란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다 보니 일정한 장소에 묶여버린 면이 있어 아쉽지만 대학생 아들, 고3딸은 더 일찍부터 인생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수상스키, 스노보드,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스포츠를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조기교육을 했다.“ 큰돈을 벌거나 화려한 레저를 즐기는 것에는 마음을 비웠어요. 오늘 내가 하하하 웃으며 살 수 있으면 그게 제일 행복한 거라 생각합니다.”

사업에 실패해 인생이 끝날 것 같았지만 과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상스키를 탄 그는 차츰 과거와 상관없이 오늘의 삶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워갔다. “수상스키가 가져다준 삶의 기적을 잊지 않기에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할 거라 확신합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고객에게 저는 구명조끼를 한 개 더 껴입고서라도 물속에 들어가보라고 권합니다. 지금 혹시 힘들고 우울한 사람이 있다면 구명조끼를 하나 더 입든, 눈을 딱 감든 어떤 모습으로라도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그곳에 뛰어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행동 하지 않으면 불행과 결코 이별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