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시작해 어느덧 성숙기에 접어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점과 날로 진화하는 템플스테이에 대해 용인 문수산 법륜사 일묵 스님의 당부를 들어봤다.
템플스테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한 준비
요즘엔 대부분 준비된 마음으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편이라 예전보다 지적할 사항이 많이 줄었어요. 예전에는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연인, 눈살 찌푸리게 하는 복장으로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하지만 조금 더 바라자면 절에 들어온 다음에는 아무리 어린아이에게라도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 비난이나 논쟁을 금하는 것, 정치·종교적인 대화를 삼가는 것과 술과 담배를 금하는 규칙을 좀 더 철저히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또 식사시간, 기상시간을 지키는 것이 조금 힘들 수 있지만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1박 2일만이라도 엄수하는 걸 권하고 싶네요. 되도록 침묵을 원칙으로 하고 반배하고 합장하는 인사를 하며 절의 문화와 자신에 대해 더욱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템플스테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이 주는 약간의 불편함에 관하여
여름엔 더위와 곤충, 겨울에는 추위로 인해 템플스테이를 망설이는 분들이 꽤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불교에서는 그 모든 것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에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인데, 참가자 중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아침밥을 먹으러 가자는 엄마의 말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운동화를 맨발로 신었나 봐요. 그런데 신발 안에 귀뚜라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던 거죠. 아이는 결국 얼떨결에 귀뚜라미를 밟아 죽이게 됐어요. 놀란 아이는 귀뚜라미를 죽여 겁이 난다면서 밥을 먹는 중에도 계속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요. “오늘 일이 너에게 참 좋은 배움을 준 기회가 됐다”라고 말해줬어요. 도시 아이들은 모기나 각종 곤충을 피하고 죽여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생명체로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종교를 초월한 ‘소통’
예전에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외국인이나 불자들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종교를 초월해 다양한 사람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고 있어요. 제가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참가자도 천주교 신자인 가족이었어요. 암 투병 중인 60대 엄마를 아빠와 아들들이 모시고 왔더라고요. 처음에는 불교문화를 어색해했어요. 그런데 저녁에 ‘자애관’이라는,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족이 다 같이 울더라고요. 그리고 세 사람이 엄마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윽한 눈길을 보내는 모습에서 사랑이 가득 느껴졌어요. 나중에 후기를 통해 종교적인 어색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보니 불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간애로 하나 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마음을 전해왔더라고요.
각자의 위치를 아는 것이 힐링의 시작
참가자들에게 현재감을 가지고 깨어 살면서 참 마음으로 이웃과 자비심을 나누는 것이 인간다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 아무리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이라도 현재 위치를 모르면 소용이 없잖아요. 템플스테이에 오면 가장 좋은 점이 수십 년간 난행과 고행을 통해 얻은 스님들의 농축된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저의 경우 미국에까지 가서 배워온 명상 프로그램을 제가 36년간 수행해 얻은 불교의 가르침과 접목해 사람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전수해요. 바르게 알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기. 팔정도 중 하나인 정견, 정사유, 정어의 가르침과 자비심 연습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타인에게 좋은 에너지를 보내는 것. 이것이 법륜사 템플스테이의 핵심 가르침이죠. 다른 사찰에도 각자마다 프로그램이 있지만 자신을 알고 가르침을 통해 깨우쳐 타인을 이롭게 하는 삶. 그것이 모든 템플스테이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아생여당(我生如堂)
지난 5월,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단순한 휴식이나 체험을 뛰어넘는 진화된 템플스테이 브랜드인 ‘아생여당(我生如堂)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