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 품은 도시, 브리티시컬럼비아 낭만기행

  • 황정원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 조혜원(C.영상미디어)

입력 : 2014.07.31 10:11

Travel | 캐나다로 떠나는 리마인드 허니문

<시니어조선>과 캐나다관광청이 함께한 2014 꽃중년 여행. 두 번째 여행지는 광활한 자연과 도심 속 액티비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다. 결혼 30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제2의 허니문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남편 신용수와, 뜻밖의 행운이 꿈만 같다는 아내 변해연의 여정을 따라가본다.

▲푸른색 돔형 지붕과 함께 고전미가 돋보이는 브리시티컬럼비아 의사당 건물.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짤막한 투어도 즐길 수 있다.
▲푸른색 돔형 지붕과 함께 고전미가 돋보이는 브리시티컬럼비아 의사당 건물.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짤막한 투어도 즐길 수 있다.

다섯 형제의 장남인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는 교직에 몸담고 있었지만 가슴속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직해 자전거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했고, 아내를 실망시킬 수 없어 늘 가슴에 사직서와 이력서를 품고만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자전거 회사로부터 서류 합격 통보 전화를 받은 남편. 알고 보니 옷 정리를 하던 아내가 이력서를 발견하곤 남편 몰래 회사에 지원한 것이었다. 그렇게 자전거 회사에 합격해 30년간의 교직 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신용수 씨. 이제는 그가 아내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할 차례였다.

▲빅토리아로 이동하려면 밴쿠버 공항 남동쪽에 있는 츠왓슨 베이(Tsawwassen Bay)에서 대형 페리를 타야 한다.
▲빅토리아로 이동하려면 밴쿠버 공항 남동쪽에 있는 츠왓슨 베이(Tsawwassen Bay)에서 대형 페리를 타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캐나다 여행에 도전했습니다. 리마인드 허니문이니 이번 여행기간 동안만이라도 OO엄마가 아닌 아내의 이름을 부르려고요. 좀 쑥스럽긴 하지만 이름을 부르니 다시 연애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하하.”

남편의 너털웃음을 뒤로하고 캐나다로 향하는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을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항구 도시, 빅토리아

▲형형색색의 수상가옥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피셔맨즈 와프.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피시앤칩스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형형색색의 수상가옥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피셔맨즈 와프.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피시앤칩스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광활한 캐나다 중에서도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이하 BC) 주는 주도인 빅토리아와 밴쿠버, 북미 최대의 스키 지역인 휘슬러 등 우리에게 친숙한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부부의 첫 번째 방문지는 빅토리아. 영국풍의 이름처럼 고전적인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첫날, 부부는 밴쿠버 섬 남단의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인 시닉 마린 드라이브(Scenic Marine Drive)를 지나 마일제로(Mile Zero) 포인트를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로 꼽히는 캐나다 대륙 횡단도로인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Trans Canada Highway)의 시발점이다.

▲버터플라이 가든에서 한가로이 몸단장 중인 플라밍고.
▲버터플라이 가든에서 한가로이 몸단장 중인 플라밍고.
마일제로를 이번 여행의 시작점 삼아 간단히 기념촬영을 한 뒤 일행은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으로 향했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로, 세계 최대 규모의 환상적인 정원이다. 선큰 가든, 로즈 가든, 재패니스 가든, 이탤리언 가든의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5월부터 8월 사이에는 꽃이 절정을 이루어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비경이 펼쳐진다고. “알함브라 궁전보다 더 멋진 정원이네요.” 아내 변해연 씨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앞서 걷던 신용수 씨가 현란한 꽃 앞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투어를 마친 후에는 가든 내에 있는 ‘다이닝 룸’ 레스토랑에서 영국식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겼다.

▲부차트 가든의 하이라이트인 선큰 가든의 환상적인 산책로. 성수기에는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오전 11시 이전에 가는 것이 좋다.
▲부차트 가든의 하이라이트인 선큰 가든의 환상적인 산책로. 성수기에는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오전 11시 이전에 가는 것이 좋다.
돌아오는 길에는 빅토리아 버터플라이 가든(Victoria Butterfly Gardens)에 들렀다. 아담한 규모의 나비 정원에는 6,000여 마리의 나비 외에도 홍학, 거북, 앵무새 등 다채로운 동물이 사이좋게 살아가며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오후에는 이너하버로 이동해 브리시티컬럼비아 의사당(Parliament Building)을 방문했다. 빅토리아가 BC 주의 주도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듯, 푸른색 돔형 지붕과 함께 고전적인 위용을 뽐내는 멋진 대리석 건물이 그곳에 있었다. 이너하버에서 바다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피셔맨즈 와프(Fisherman’s Wharf)라 불리는 수상가옥촌이 있다. 선착장을 따라 알록달록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마을로 물 위에 떠 있는 개성만점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철을 잘 맞춰가면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물개들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마주친 소박한 마을과 광활한 원시림

▲슈메이너스에서는 약 40점에 이르는 수준 높은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슈메이너스에서는 약 40점에 이르는 수준 높은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둘째 날은 빅토리아 시를 벗어나 북쪽으로 이동했다. 찌를 듯한 침엽수림을 끼고 굽이쳐 흐르는 강을 구경하며 한참을 달리면 밴쿠버 아일랜드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던컨, 슈메이너스, 나나이모, 토피노 등의 도시가 나타난다.

▲쿰스의 올드 컨트리 마켓은 지붕에서 염소를 키워 유명세를 타게 됐다. 가게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리빙 소품과 가공 식품을 파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쿰스의 올드 컨트리 마켓은 지붕에서 염소를 키워 유명세를 타게 됐다. 가게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리빙 소품과 가공 식품을 파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쪽으로 계속 달리던 차는 벽화 마을로 유명한 슈메이너스(Chemainus)에 잠시 정차했다. 입구에서부터 관광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멋진 그림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그림의 스케일도, 수준도 가히 세계적이라 할 만했다. 벽화의 내용은 대체로 근현대 슈메이너스의 역사와 원주민에 대한 것들이었다. 1982년부터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해마다 작품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통나무로 만든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타이나마라 리조트.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굽거나 벽난로를 피우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통나무로 만든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타이나마라 리조트.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굽거나 벽난로를 피우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림 감상을 마치고 일행은 쿰스(Coombs)로 향했다. 이곳은 지붕 위에서 염소를 키우는 ‘올드 컨트리 마켓(Old Country Market)’이라는 가게 때문에 유명해진 마을이다. 예로부터 늑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서는 염소를 보호하기 위해 지붕에서 키우던 풍습이 있었다. 쿰스에는 늑대가 없지만, 한 재기 넘치는 상인이 지붕에서 염소를 키워 손님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는 그곳에서 유기농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배를 채운 뒤, 재미난 소품과 기념품이 가득한 숍을 구경했다. 저녁에는 휴양지로 유명한 팍스빌에서 스파도 즐기고, 통나무로 만든 오두막에서 와인잔을 기울인 후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아찔한 자연과 도시 문화가 어우러진 곳, 밴쿠버

▲슈메이너스 마을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주친 곰 세 마리 가족.
▲슈메이너스 마을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주친 곰 세 마리 가족.

다음 날은 다시 페리를 타고 밴쿠버로 이동했다. 페리가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의 호슈베이(Horseshoe Bay)에 도착하자 아침부터 내리던 빗방울은 보슬비로 바뀌어 있었다. 하늘에 맞닿은 듯 높은 산허리에 운무(雲霧)가 걸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자 일행은 선착장에 비친 물그림자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밴쿠버에 있는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 공원에 위치한 클리프워크. 협곡 위에 떠 있는 듯 아찔한 체험을 선사한다.
▲밴쿠버에 있는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 공원에 위치한 클리프워크. 협곡 위에 떠 있는 듯 아찔한 체험을 선사한다.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는 협곡을 잇는 높이 70m, 길이 140m의 구름다리다.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는 협곡을 잇는 높이 70m, 길이 140m의 구름다리다.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는 호슈 베이 선착장.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는 호슈 베이 선착장.

그곳에 서 유명하다는 피시앤칩스를 기분 좋게 먹고 나서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Capilano Suspension Bridge)에 도착했다. 협곡 사이에 매달린 이 다리는 높이 70m, 길이 140m로 밴쿠버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들르는 관광 명소. 다리를 사이에 두고 카페, 산책로, 기프트숍 등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클리프워크(Cliffwalk)는 절벽을 따라 이어진 좁은 산책로로 협곡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탠리 파크는 10km에 이르는 해안 산책로와 거대한 원시림을 품고 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탠리 파크는 10km에 이르는 해안 산책로와 거대한 원시림을 품고 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스쿼미시의 섀넌 폭포(Shannon Falls)를 구경하고 시투스카이(Sea To Sky) 곤돌라를 탑승하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 암벽 등반가들에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와무스 치프 주립공원(Stawamus Chief Provincial Park)에 설치된 곤돌라는 깎아 지르는 듯한 암벽과 침엽수가 어우러진 산을 따라 해발 885m 이상을 천천히 올라간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천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푸른 하늘, 구름 뭉치들이 아스라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약 3분간의 도보만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섀넌 폭포.
▲약 3분간의 도보만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섀넌 폭포.

부부는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밴쿠버 시민의 자랑인 스탠리 파크로 발길을 옮겼다. 도심 속에서 거대한 원시림과 해안 산책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 공원은 둘레만 10km에 달한다. 공원 곳곳에서 조깅은 물론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오후에는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고. 신용수·변해연 부부도 연애시절을 추억하며 손을 맞잡고 해변 산책로를 거닐어보았다.

▲밴쿠버 도심의 유명 맛집을 세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길티 플레저 구르메 투어. 딤섬부터 미니버거, 치즈,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황홀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밴쿠버 도심의 유명 맛집을 세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길티 플레저 구르메 투어. 딤섬부터 미니버거, 치즈,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황홀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날 오후에는 ‘길티 플래저 구르메(Guilty Pleasures Gourmet)’ 투어에 참여했다. 이름도 재미난 이 프로그램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밴쿠버 다운타운에 밀집해 있는 유명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보는 미식 기행이다. 다민족 문화가 어우러진 밴쿠버인 만큼 중식, 양식, 이탤리언, 퓨전,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약 세 시간에 걸쳐 만나게 된다. 천혜의 자연에서 생산한 재료로 세계 요리 경진대회 수상 경력의 셰프가 만든 요리를 맛보며 다운타운의 유명 건물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는 밴쿠버의 예술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공예품과 정원 용품, 예술 작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는 밴쿠버의 예술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공예품과 정원 용품, 예술 작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맛집 투어가 끝난 뒤, 일행은 다 함께 예술인의 마을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로 떠났다. 마켓, 소규모 공방, 갤러리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개성만점의 수공예품과 아트워크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중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많아 구경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스타와무스 치프 주립공원에 새롭게 오픈한 시투스카이 곤돌라. 해발 885m 높이의 산을 올라가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스타와무스 치프 주립공원에 새롭게 오픈한 시투스카이 곤돌라. 해발 885m 높이의 산을 올라가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신용수·변해연 부부는 캐나다의 숨은 매력에 흠뻑 취한 모습이었다. 변해연 씨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에도 여유가 절로 솟아나더군요. 그동안 일상에 치여 갑갑했던 마음을 온전히 힐링하고 갑니다”라며 짧은 감상을 전했다. 한편, 신용수 씨는 모델 일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제가 이렇걸 웃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원 없이 웃은 것 같네요. 앞으로 저도, 아내도 웃을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며 진심을 담아 활짝 웃어 보였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밴쿠버 다운타운의 모습. 멀리 버라드 브리지가 보인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밴쿠버 다운타운의 모습. 멀리 버라드 브리지가 보인다.
델타항공, 인천-밴쿠버 항공편 매일 운항

델타항공에서 인천-시애틀 간 직항 노선을 새롭게 취항함에 따라 서울에서 밴쿠버까지 가는 길이 한결 편리해졌다. 이 노선은 밴쿠버는 물론, 알버타와 캘거리 등 캐나다의 인기 관광지를 모두 커버할 수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캐나다를 여행하고 싶다면 이용해볼 만하다. 문의 0079-8651-7538

문의 캐나다관광청 02-733-7740
협찬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www.HelloBC.co.kr)
여행상품 문의 02-728-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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