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더가 직원에게 바른 역사 알립시다"

"요새 '레고랜드' 부지 유적 때문에 말이 많죠. 통탄할 일입니다. 공사장에서 선조(先祖)의 유적이 나왔으면 지체 없이 공사를 접어야지 강행 여부를 고민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역사를 공부하는 기업가·CEO·리더의 단체인 '경영인역사포럼'이 최근 120회째 모임을 가졌다. 2007년 문성주(60) 나라컨트롤 회장 주도로 창립됐고 진대제 전(前) 정보통신부 장관,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 석호익 전(前) KT 부회장 등 73명이 회원이다.

문 회장은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기계에 매달려온 공학도다. 그런 그가 '역사 공부 클럽'을 만든 것은 가문의 영향이 크다. "외조부는 파리 장서사건(유학자 140여명이 1차 대전 후인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일본 만행을 규탄하고 조선 독립을 탄원하는 편지를 보낸 사건)을 주도한 유림(儒林)이셨고, 아버지는 전두환의 쿠데타에 맞선 문홍구 중장(육사 9기)입니다."

2007년 서울대에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이 개설되자 그는 1기생으로 등록했다. 이때 인문대 학장이던 국사학자 이태진 교수와 연을 맺었다. "교수님은 기업가처럼 다수를 이끄는 사람이 반드시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리더의 사고관이 따르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동감했습니다." 문 회장이 활동하던 산업기술연구회와 한국공학한림원 인맥 중심으로 2007년 11월에 '경영인역사포럼'이 꾸려졌다. 이태진 교수도 고문으로 참여했다. 1달에 1~2회 있는 모임마다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신영훈 대목장(大木匠), 채수정 국악인(판소리) 등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석했다. 소문이 퍼지며 회원도 처음 30명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포럼이 활성화되면서 강연뿐 아니라 '임진왜란 사적지 답사' '메이지(明治) 시대 정한론자(征韓論者)들의 근거지 답사' 등 국내외 사적지(史跡地) 답사도 15회 이상 다녀왔다.

문 회장은 정기적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역사포럼에서 배운 내용을 전한다. "장차 한국을 짊어지고 미국·중국·일본과 씨름해야 할 세대가 역사를 바로 알아야지요. 우리의 치열했던 역사를 배워야 국제 무대에서 어깨를 펼 수 있고, 타국의 횡포를 기억해야 그들 앞에서 당당하게 따질 수 있어요."

그는 최근 동북아의 과거사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뜻있는 경영인의 동참이 더 절실해졌다고 했다. "젊은이가 한번 취업하면 그 회사에서 최대 수십년을 지내잖아요. 기업 리더가 바른 역사관을 강조하면 학교 공부 이상으로 영향이 클 겁니다. 더 많은 지도자가 우리 포럼에 참여해주길 바랍니다." 문의 (02)3440-3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