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시아프 화제 작가 2인] 고궁 매력에 흠뻑

"그림을 팔아본 게 처음이라 흥분돼요. 한편으로는 아끼는 작품이 내 손을 떠난 게 슬프기도 하고요."

중국 작가 리치 동하오 첸(23)씨는 '2014 아시아프'에 참여하기 위해 영국에서 날아왔다. 31일 아시아프 전시장인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만난 그는 "같은 학교의 친한 한국인 친구가 아시아프를 소개하며 같이 내보자고 했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왔다"며 웃었다. 첸씨는 윈체스터 예술대학에서 유화를 전공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그림 두 점은 개막 첫날 다 팔렸다. 작품명 '빛나는 것은 무엇인가' #1과 #2. 캔버스에 물감을 덧칠한 후 나이프로 긁어내는 기법으로 베이징 자금성과 2010 상하이 엑스포 중국관을 각각 담았다. 그는 "해외 송금을 할 수 없어서 구매자들이 어제 다시 찾아와 현금으로 그림 값을 줬다. 내 그림을 왜 샀는지, 어떻게 보관할 건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했다.

광둥성 산터우(汕頭) 출신인 그는 어릴 땐 홍콩에서 자랐고 싱가포르 난양예술대학에서 4년간 유학한 후 영국에 갔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중국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됐다"며 "특히 옛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싱가포르 유학 시절부터 만리장성, 천안문 등 중국의 대표 건축물을 시리즈로 담고 있다. 그는 "중국인에겐 오랜 문명의 상징이자 자부심의 근원이지만 한편으론 첨단 건물이 속속 등장하면서 잊히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황색·붉은색·검은색 물감을 겹겹이 칠한 후 긁어낸 그의 그림에서 건물은 어둠을 뚫고 홀로 빛난다. 지나던 관객들이 "우와!" 감탄하며 한동안 바라봤다. "벌써 팔렸느냐"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엔 처음 왔다는 첸씨는 "경복궁 바로 뒤에 높은 빌딩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서울의 첫인상이었다. 신기하고 흥미롭다"고 했다. 어제는 경복궁을 찾아 단청과 지붕 곳곳을 휴대폰 카메라에 수북이 담아 왔다. "단청 패턴과 색깔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정말 놀라워요. 영국에 돌아가자마자 경복궁을 그리려고요. 내년 아시아프에 제출할 테니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