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수상한 동네병원

6월22일 일요일 아침. 아내가 몇일전부터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다가 더 이상 고통을 참기가 어려워 동네의원을 찾았다. 종합병원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일반 동네의원을 가기로 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찾아 헤메다가 마침내 집에서 3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동네의원을 들렀다. 요즈음 일요일에 진료 보는것은 거의 없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진료를 보고 있었다.

아내를 차에 태우고 그곳 동네 의원을 서둘러 방문했다. 20분정도 기다리다가 진료를 보러 진료실에 아내와 같이 들어갔다. 그런데 뜻박의 상황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벽에 붙어 있는 의사 면허증에는 50대후반(57년생) 남자라고 봤는데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니 20세 중반의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처음엔 간호사로 생각해서 의사 선생님 맞으시냐고 물었다. 의사가 맞다라고 답변했다. 찜찜한 부분은 있었지만 일단 진료를 보았다.

그 의사가 진료를 보는 과정에서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첫째는 벽에 붙어 있는 의사면허증과  전혀 다른 20대 중반의 여의사가 진료를 보는것이고, 둘째는 그 여의사의 복장이었다. 짐작컨대 이 여의사는 일요일만 잠시 봐주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의사쯤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아르바이트 의사지만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갗추고 진료를 봐야 하는데 하의는 거의  속옷이 보일락말락한 핫팬츠에 위 상의도 마찬가지로 속내의가 거의 다 비치는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더구나 신발은 샌달을…. 더운 여름날  해수욕장에서나 볼수 있는 복장이었다.

어째뜬 아픈 상황이니 현재의 증상에 대해 물었다. 나름으로 아내의 증세에 대해 인터넷에서 상세하게 내용 파악을 하고 간 상황이라 나름의 지식은 갖고 있었기에 그 여의사에겐 내가 갖고 있는 지식 이상의 답변을 기대했다. 그러나 역시나 첫 인상에 맞는 뻔한 답변을 했다. '외관상 정확한 증상을 파악하기 힘들고 바늘로 찌르는듯한 아픔이 있으니 진통제를 하나 처방해 드리겠다'라고 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 없었다. 의사의 태도를 봤을때 진료를 받고 나서 진료비를 지불하면서 간호사에게 안에 계신 분이 의사선생님이 봤냐고 물어보았다. 외모나 복장으로 도저히 50 평생을 살아오면서 의사 선생님에 대한 내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혹시나해서 물었다.

질문에 대한 간호사 답변 또한 걸작이었다. '보면 모르시겠었요'라고…. 보면 모르겠으니 질문을 했는데도 말이다. 상대방 질문의 의도에 대해 이렇게도 무지한 간호사가 과연 어떻게 제대로 환자를 돌볼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말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라면 오늘 원장 선생님이 급한 볼일이 있어 대신 잠시 아르바이트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보고 있고 복장은 그렇지만 '실력 있는 의사 선생님이다'라고 답변을 했으면 비록 그 여의사의 복장이 그러해도 이해하고 넘어 갔을텐데 말이다.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들렀다. 약국의 약사분께  진료를 보는 그 여의사의 복장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러자 그 약사분의 답변은 일요일에 진료를 받은 많은 환자분들이 그 여의사의 복장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했다고 했다. 그럼 그 여의사에게 현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한번 드리라고 하자, 약사의 답변인즉 '현재의 의료체계에서 의사와 약사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현실이다'라고 했다. 즉, 의사에게 당신의 복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얘길 하니 복장을 좀 갗추는게 어떠냐라고 감히 얘기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의사는 다른 약국으로 처방을 하면 결국 조언을 한 약사만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금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개선이 되었으면 한다. 일요일 진료를 할때 얼마를 더 버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환자의 입장을 전혀 생각지 않고 오직 돈벌이에만 급급해서 기본도 갗추지 않은 의사가 진료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세상살이 이치가 그러하드시 의사와 환자간에도 병치료에 앞서 서로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어떻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의사가 무슨말을 한들 그 어떤 환자가 그 의사의 말을 제대로 들을것인가.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입장에서 진료를 볼려면 최소한의 기본을 갗추고서 진료를 볼때 쌍방간의 신뢰가 쌓여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득이 될것이라 판단된다. 50대 후반의 남자 의사가 20대 중반의 여의사로 둔갑해서 진료를 보는 이 현실은 아니다. 또한, 의사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게 되어 있는 약국의 입장도 좀더 헤아려 갑과 을의 입장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할수 있게끔 정부 차원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종합병원은 약국 지정을 하지 않고 환자 본인이 정할수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동네 의원과 붙어 있는 동네 약국은 그렇지 못한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