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닭처럼 날개 털고, 곰처럼 두팔을 뻗고…

몸은 생각의 보고다. 생각은 새김질을 끝없이 한다. 선사 경허는 ‘바람은 잠잠한데 파도는 치솟다’는 선시(禪詩)를 지었다. 스포츠도 생각이 끊기지 않는다. 달리기도 예외가 아니다. 달리기 중 가장 곤혹스러운게 어떻게 팔을 스윙해야 하는 가다.  숨쉬기, 달리기, 보기에 좋은 스윙 자세가 있는 걸까?

3주를 연속해 달리기를 했다. 스포츠는 폼生폼死라고들 한다. 우연치 않게 시작한 자전거나 졸지에 휩쓸려 배운 스키를 통해 되뇌게 된 일종의 맨트라(mantra)다. 스포츠하면 저절로 저 말이 튀어나온다. 스포츠는 폼이다.

자전거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멀리 봐’라는 어떤 자전거 고수의 말도 생각난다. 스키도 초보인 내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동작이 팔 자세였다. 여전히 그 항아리 안는 자세는 몸에 굳지가 않았다. 그걸 해야 하는 이유만 생각을 단단히 했다. 폴대 찍기는 균형을 위해 해야 하는 중요한 팔 자세다. 이런 것을 시작으로 스포츠는 폼이라고 믿었다. 

달리기의 팔 자세도 내게는 미스터리였다. 팔을 직각으로 굽혀 앞뒤로 흔들고, 주먹은 가볍게 스냅을 주되, 상체의 갈비뼈 근처까지 오게 하라는 초보를 위한 달리기 자세가 온라인 마라톤 러너 웹사이트에 나온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도 의식적으로 그렇게 믿고 강제로 흔들어 주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에 미국 브라운 대학의 러너의 팔 동작과 그 필요성에 대한 연구 결과 기사가 보도되었다. 팔 동작은 다리의 진자 운동의 균형 유지에 최소 에너지 소비를 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한다.

폼생폼사에 대한 반박이 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팔 동작은 에너지 소비 최소화를 위해 필요하지, 그 팔의 자세, 모양은 에너지 소비에 유의미하지 않다고 한다. x자는 흔히 권고되지 않는 동작인데도, 에너지 소모에서는 권장 동작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팔 흔들기는 신체구조, 근력, 연령, 운동 능력 등 생체 조건이 다르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다르지 않다는 의학 연구 결과다.

닭처럼 파닥거려도 날기만 하면 되는 거고, x자로 흔들어도 전진만 하면 러너들의 팔 스윙은 소림사 권법, 태권도, 유도처럼 다양한 자세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오늘부터 곰 스윙법을 하나 창시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