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아내와 못살겠다는 남편에… 법원 "부부라면 사랑으로 치료 도와야"

아내가 수년간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치료가 불가능하지 않다면 남편의 이혼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995년 A(48)씨와 결혼한 B(45)씨는 결혼 5년 만인 2000년쯤부터 자주 손을 씻거나 청소를 하는 결벽증 증세를 보였다. 특히 셋째 아이를 낳고 사업에 실패한 남편 A씨가 자주 외박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아내 B씨는 더욱 심한 우울증과 결벽증을 앓게 됐고, 2008년쯤엔 온종일 청소를 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 돼 대학 병원 정신과에 2개월간 입원하기도 했다.

남편 A씨는 2009년 "내성적 성격에 우울증까지 앓는 아내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가, 당분간 별거 생활을 하면서 정신병이 호전되는지를 지켜보기로 B씨와 약속했다. 또 아이는 A씨가 키우되 B씨가 한 달에 2번씩 만날 수 있게 해주고, 매월 100만원의 부양료도 주기로 했다. 별거 초기 스트레스 때문에 더욱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B씨는 아이들과 종종 만나면서 차츰 증세를 극복해 갔다. 취미 생활·구직 활동을 시작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등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지도 않고, 미리 약속했던 부양료마저 제대로 주지 않았다. B씨가 아이들을 만나는 것조차 마음대로 통제하던 A씨는 결국 지난해 B씨를 상대로 또다시 이혼 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우울증이 낫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아내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부부 중 일방이 정신병에 걸렸어도 증상이 가볍고 회복이 가능하다면 배우자는 사랑과 희생으로 치료를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