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주택 '아리움' 독거노인 10명, 네티즌 도움받아 양평서 여름휴가

청일점 이현순(80) 할아버지가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 한 점씩을 양옆 할머니들에게 건넸다. "아이고, 할아버지 잡수셔야지." 손사래 치는 할머니들에게 할아버지는 "이쪽은 누님이니까 챙겨야 하고, 이쪽은 동생이니 챙겨야지"라고 했다. 평균 연령 83세. 할아버지·할머니 열 분의 소풍은 유쾌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노래자랑 시간. 김수득(83) 할머니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나훈아의 '고장난 벽시계'를 뽑았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잘한다, 최고다, 좋다"며 박수 치고 환호성을 올렸다. 다리가 아파 춤을 못 추면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대신했다. 할머니들 노래 실력이 특히 돋보였다. 박찬희 사회복지사는 "할아버지들을 의식해 더 열정적으로 부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길게는 5년, 짧게는 한 달가량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가족'이다. 2009년 경기도 성남에 문을 연 독거노인 무상복지주택 '아리움' 식구들이다. 보호시설이나 쪽방에서 고통스럽게 사는 홀로된 노인들을 위해 성남시·한국난방공사·금호아시아나가 힘을 합쳐 건립했다. 6층 건물에 자그마한(24㎡) 원룸 19개를 만들었다.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월 5만원 안팎의 전기·수도료 등만 부담한다. 관리·운영은 성모성심수도회에서 맡았고, 사회복지사 등 직원 7명이 돌본다.

'아리움' 어르신들은 최근 개관 5년 기념으로 경기도 양평에 있는 농촌체험마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이웃처럼, 가족처럼 지내온 이들의 여름휴가이자 첫 단체 외박이다. 두부와 인절미를 만들고 바비큐 파티도 했다. 꽃물을 직접 들인 손수건을 내보이며 "내 것이 더 예쁘다"는 할머니들 얼굴에 소녀 같은 웃음꽃이 피었다.

이번 휴가에는 네티즌도 힘을 보탰다. 지난달 아리움 측이 인터넷 기부 포털에 '아리움 소녀님들의 화려한 외출을 응원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800명 넘게 동참하면서 175만원이 모였다. 한 네티즌은 "항상 건강하시고 소녀다움 잊지 마세요. 응원합니다. 파이팅!"이라는 글을 남겼다. 한 지붕 아래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쌓였지만, 이별도 늘고 있다. 올해에만 5명이 떠났다고 한다. 박찬희 사회복지사는 "언니·오빠·동생으로 지낸 처지니 한 분 떠나실 때마다 상심이 크다"며 "평소 못다 한 마음속 얘기를 더 나누시도록 이런 여행을 늘려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