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1%(증권사 실적 추정 79개 기업 중 25개사)가 어닝쇼크… 코스피 2100 돌파 발목잡나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다. 어닝 쇼크(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가 잇따르고 있어, 코스피지수의 2100선 돌파 시도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종목들은 7월 주가가 부진했던 만큼, 설령 증시가 상승한다고 해도 강세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7월 상승했지만 어닝쇼크 기업은 9% 하락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총 122개 기업이 연결기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가 실적을 예상한 기업은 79개사였다.

이 79개사 중 실제 실적이 증권사 추정치를 10% 이상 밑돈 기업은 31.6%인 25개사였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을 1031억원 낼 것으로 추정됐는데 실제로는 502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대한항공은 영업이익 381억원으로 예상됐다가 실제론 19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영업이익 233억8800만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흑자 폭이 7억여원에 그쳤다. 실제 실적과 추정치가 96.85%나 엇갈린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영업적자 374억원이 예상됐으나 실제 적자 폭은 1조원이 넘었다.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의 주가는 실적 발표 전부터 떨어진 기업이 있고, 실적 발표 이후 떨어진 기업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실적 발표 직후 한때 하한가 근처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지만, LG생명과학은 7월 내내 하락하다가 실적 발표 이후 소폭 반등하는 모양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로템, 서울반도체 등도 실적 발표 이후 큰 폭으로 내렸다.

공통적인 것은 코스피지수가 꾸준히 올랐던 7월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한 종목들은 대체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어닝쇼크를 기록한 25개 종목 중 7월에도 상승한 종목은 대한항공, 삼성전기, 현대백화점 등을 포함해 9개사에 그쳤다. 어닝쇼크를 기록한 25개 종목은 7월 한 달간 평균 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7% 올랐다.

◇"어닝쇼크 기업이 코스피지수 발목 잡을 수도"

전문가들은 현 장세가 2분기보다는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어닝쇼크 기업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확실히 뛰어넘으려면 외국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기관이나 개인이 사줘야 한다"면서 "그런데 최근 장이 오르는 주식만 계속 오르는 분위기여서, 개인투자자들은 강세장임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개인투자자는 어닝쇼크 가능성이 있는, 싸보이는 주식을 주로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이후 증권사 평균 예상치가 실제보다 32.9% 과대 추정됐고, 이로 인해 추정치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실제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나와줘야 현재의 박스권 장세가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 심리를 너무 일찍부터 키우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번 어닝 쇼크를 기록할 때마다 '다음 분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라고 주가를 지탱시키고, 실제 해당 분기가 됐을 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킴 도 베어링자산운용 아시아 멀티에셋 대표는 "한국은 매번 기대치를 높여 지수를 지탱시켰다가 어닝쇼크로 투자자를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낮은 예상치를 제시했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이렇게 하는 것이 증시에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