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코스피 지수) 넘으면 환매? 배당株 펀드엔 돈 더 들어왔다

자산운용(펀드) 업계에서 코스피지수 2000은 '희망의 2000선'이 아니다. 펀드 업계에선 '마의 2000선'이라고 부른다. 펀드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들이 주가지수가 2000을 넘으면 더 이상 추가 상승이 힘들다고 보고 돈을 찾아가는(환매)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선 7월 15일 이후 8월 4일까지 주식형 펀드에서는 약 2조8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그러나 일부 펀드에는 오히려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주로 배당주·가치주를 담은 펀드나 펀드 운용사가 소수의 펀드로 역량을 집중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자금 들어온 상위 펀드 40%는 배당주 펀드

조선비즈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7월 15일(종가 2012.72)부터 8월 4일(종가 2080.42)까지 자금 유·출입 현황을 집계한 결과, 분석 기간에 1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된 국내 주식형 펀드 12개 중 5개가 배당주를 담고 있었다.

운용 설정액이 1조9600억원 규모인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형은 이 기간에 1809억원을 끌어모으며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KT&G·기업은행 등 기업 배당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에 투자하고 있다. 올 들어 10% 넘는 수익을 낸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주식)ClassA에도 230억원이 들어왔고, '가치주 투자'로 이름을 널리 알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주식)종류A로도 같은 기간 동안 129억원이 들어왔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배당을 촉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국내 증시에서 배당주 투자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수의 펀드' 집중한 운용사도 선전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품 중에서는 운용사가 단 몇 개의 펀드만을 집중 운용하며 좋은 성과를 낸 것도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Class C로는 지난 7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후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이 운용사는 '국내외 1등주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운용하는데, 운용 펀드는 코리아·글로벌·차이나리치투게더 등 공모 펀드 4개뿐이다. 올 들어 대부분의 펀드에서 8%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오로지 한 개의 펀드만 운용하고 있는 메리츠자산운용도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A로 약 300억원이 들어왔다. 작년 7월에 설정된 이 펀드는 증시 상황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기보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제2의 삼성전자'에 5~7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올 들어서만 10% 넘는 수익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 밖에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제갈공명증권투자신탁[주식]A로도 300억원 이상 들어왔다.

◇단기 이슈보다 장기 성과를 보려는 움직임

자산운용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금융 위기 등 대내외 악재가 터지면서 펀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당시에도 안정적인 운용 실적을 냈던 펀드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부분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펀드이며, 신규로 설정된 펀드라도 펀드매니저가 5년 혹은 10년 이상의 장기 성과를 염두에 두고 운용하는 펀드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단기적인 이슈보다 기업 자체의 성장성을 보고 제값을 인정받을 때까지 보유해 높은 수익률을 얻겠다는 펀드매니저들의 가치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이 늘면 코스피지수가 상승해도 펀드 자금 유입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